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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OG

ESKEY 유럽여행기 #2. 와우- 드디어 유럽이다! [프랑스 파리 제1편]


2003년 11월 21일 목.맑음

제법 훌륭한 노숙이었던것 같다. 역시 공항은 그 나라의 얼굴이라니깐.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아니 그보다 조금 더 일찍 우리는 일본에서의 아침을 맞았다. 오전 6시부터는 공항승객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더 이상 우리가 자고 있던 흡연실(알고 보니 흡연실 - 그래도 좋음)에서 잘 수가 없었다. 깨끗한 공항 화장실의 따뜻한 물로 세면을 하고는 3층에 위치한 인터넷 서비스코너(무료)에 가서 간단한 메일 체크와 홈페이지방문, 그리고 우리의 첫 코스인 프랑스에 관한 짧은 정보들을 얻었다. 일본 컴퓨터였기 때문에 한글타자로 입력하는 것이 어색했고, 홈페이지에 글 남기기도 무척 애매했다.

특이한 점은 일본 사람들은 아직까지는 인터넷을 그렇게 즐겨 하고 있지 않은것 같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항에 무료로 인터넷 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아마 줄을 서서 기다렸을텐데. 여기 일본 공항은 달랑 노트북 2대로 인터넷 서비스를 하는데도 인터넷을 하는 사람은 나와 창호, 그리고 민기 뿐이었다. 역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대중화와 상당관 관련이 있는 듯 했다. 매가패쇼~



드디어 유럽땅으로의 출발이다! 꺅


아침 일찍 일어나 배가 고팠던 우리는 공항 내에 위치한 슈퍼마켓에서 오니기리(삼각김밥)를 하나씩 사 먹고는 오전 11시 50분 출발행인 ANA항공기를 타고 드디어 기대하던 첫 코스인 프랑스 파리로 향했다. 삼각김밥을 먹었는데도 여전히 배가 고픈 우리는 점심식사 기내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기내식을 기다리며 영화를 보는 창호, 그 옆의 민기.



역시나 배고픈 나, 그리고 창호.




오후 1시정도 되었을까. 친절한 승무원들이 기내식을 나누어주기 시작한다. 우선 따뜻한 물수건(얼굴에 덮으면 매우 기분이 좋음^0^//) 을 한장씩 나눠주고는 식사를 주는데 늘 메뉴는 일본식 닭요리와 밥, 또는 카레 비슷한 것을 마카로니에 비빈 특이한 음식이었다. 나는 워낙에 닭을 좋아하기 때문에 당연히 일본식 닭요리를 주문하였고, 스튜어디스는 친절한 웃음과 함께 식사를 내 주었다.

점심은 매우 푸짐하고 맛있었다. 일본식 닭요리(약간 찜닭같은 맛이 남) + 밥 + 샐러드 + 빵 + 케익 + 자루소바. 이렇게 다 먹으니 정말 배가 터지는 줄 알았다. 오나전 짱. 천국이 따로 없다. 배가 불러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좌석에 있는 모니터로 각종 영화도 보고(물론 일본어 더빙이나 영어) 초등학교시절 너무나 너무나 즐겨했던 슈퍼마리오(각종 씨리즈 다 있음 o^0^o) 게임을 할 수 있으니. 넘 좋다.



좌석 앞에 배치된 모니터. 일인당 한 대씩이며 영화와 각종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프랑스까지는 대략 12시간정도 소요된다. 처음에는 어떻게 비행기안에서 12시간이나 있을 수 있을까 답답했었는데 막상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님을 느꼈다. 중간 중간 잠도 많이 자고(하지만 솔직히 공항에서 노숙하는것이 더 편함) 봤던 영화 또 보기도 하고, 심심하면 창가쪽으로 가서 하늘 사진을 찍기도 했으며, 기내식을 먹으면서 가니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저녁 식사는 간단한 편이었다. 역시 우리나라만 저녁을 푸짐하게 즐기는 스타일일까. (나중에 유럽에서도 느꼈지만 유럽은 점심을 푸짐하게 먹는다)



ANA항공 저녁 기내식. 비교적 간단한 메뉴로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커다란 만두 비슷한 것이 있었고, 그 속에는 알 수 없는 맛있는 것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그리고 과일 세 조각(오렌지, 사과, 키위 - 모두 신선하고 달콤했다.), 샐러드가 있었다. 너무나 맛있었기에, 또 약간은 아쉬운 양이었기에 나는 기내식을 하나 더 얻어서 식사비용을 줄여보려는 생각에 일본인 승무원에세 "Could you give me one more?" (뜻만 통하면 장땡이요!) 라고 하니 상냥한 목소리로 조금만 기다리란다. 흐흐, 이쁘기도 하쥐.

그러니까 나는 처음에는 기내식(도시락처럼 나오기 때문에)을 가방에 챙겨서 가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말을 해 놓고 보니 이걸 어떻게 싸가야 하는지도 문제였다. 가방은 정말이지 가득 차 있었고, 더 이상 구겨놓을 공간도 없었다. 뭐, 하는 수 없지. 그자리에서 나는 저녁을 두 번이 먹었다. 돼지 -.-

저녁을 먹고 두 시간 쯤 지났을까(솔직히 우리가 먹는 것이 저녁식사인지 의문이다. 시차때문에 점심이라고 해야할지. -.-a) 파리에 도착한다는 기장의 안내멘트가 들린다. 헉, Paris. 일본에 있을때는 우리와 생김새가 비슷한 일본인들이 많이 보여서 별로 다른나라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파리에 오니 드디어 해외로 나왔음을, 우물 안 개구리가 드디어 물을 건너봄을 실감했다.

예상외로 프랑스에는 흑인도 무척이나 많았고(10명중 3~4명),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친절한 듯 하였다. 되지도 않는 영어를 하며 겨우 '한국인 민박'이라는 숙소와 연락을 하여 힘겹게 찾아갔는데(지하철 7호선의 creme역) 한국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간 그 민박집은 한국인 주인이 바캉스를 떠났다며 일본인이 마중을 나왔다. 숙소로 향하면서 여기서 에펠탑이나 샹제리제거리, 개선문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니 차를 타고 45분쯤 걸린단다. 아무것도 몰랐던 우리, 그저 세계는 넓고 한국은 작다라는 생각에 차를 타고 45분거리면은 적당한 거리라고 생각했던것일까. 아무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본래 그런가 보다' 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여튼 우리가 도착한 숙소에는 모두 일본인 뿐이었고(대학교에서 교수와 단체로 여행을 온 듯) 한국사람은 대한미국 대표미남(죄송 -.-;)인 우리 셋 뿐이었다. 아마도 내가 머물렀던 수많은 민박집 중 거의 최악의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이 곳 민박은 조그마한 방 하나에 우리빼고 일본인 남녀(난 혼숙은 처음 봤음 -.-;) 7명이나 있었다. 억척스러우리만치한 그들의 마케팅전략(?)에 박수를 보내는 터.숙박비는 1인 1박에 15유로였다. 식사는 제공되지 않으며 조리할 수 있는 공간은 있었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로서는 본래 민박집은 '이런 줄'로만 알고 있었다.

저녁이 가까워지고 우리는 배가 고팠다. 욕실과 주방은 오후 10시까지만 이용가능하다는 안내를 듣고 서둘러 음식을 만들어 먹기 위해 근처 마켓에 장을 보러갔다. '와인의 나라'인 만큼 마트의 한쪽은 각종 와인으로 가득 차 있었다.



와인의 나라 프랑스. 어느 마트를 가든 한쪽에는 와인으로 가득하다.




너무나 멋져보이기에, 너무나 있어 보이기에 카메라를 들고 한 컷 찍어보려 폼을 잡으려던 찰나, 검은 정장을 입은 덩치가 산만한(거..거인인 줄 알았음 -.-;) 흑인 점원이 대뜸

"No photo"

라고 한다. 노뽀또! 아, 유럽여행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 중 하나인 "No photo". 우리는 첫날부터 들어야 했다. 일단 OK라고 웃으며 말하고는 우유 한 병(1리터들이, 1.25유로)과 얇게 썰어진 햄을 샀다. 그리고는 나오면서 눈치를 살펴 육백만불의 사나이처럼 빠른 동작으로 그 있어보이는 와인들을 찍어오고야 말았다. 왠지 no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진다는. 크크.

오는 길에 빵집에 들러 식빵을 2.90유로를 주고 구입, 우리는 오늘 저녁과 내일 낮에 먹을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우리가 머무른 일본인 숙소. 매우 특이한 모양의 아파트이다.




부지런한 일본인 대학생들은 이미 주방을 차지하여 자기네들끼리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수다를 떨며 음식을 만드는데 제법 냄새가 좋다 -.-; 배고파...흑. 기다리며 우유를 마셨는데 우유는 역시 우리나라것이 더 고소하고 맛있는 듯 했다. 창호는 맛있다고 하는데 나는 너무 느끼해서(마치 우유에 기름을 탄 것 같은. 이런걸 생우유라고 하나?) 잘 못 먹겠다.

9시가 다 되어서야 우리가 주방을 쓸 수 있었는데 우선 밥과 계란은 무료(일본인들은 free를 '흐리, 흐리'라고 발음한다ㅋ)라는 얘기를 듣고, 계란으로 배를 채우기 위해 후라이를 3개 하고, 햄을 잘게 썰어서 고추장과 양파를 넣어 볶은 후(고추장과 양파도 무료였음) 밥과 함께 대충 비벼(정확히는 섞어)먹었다. 그리고는 아끼고 아껴서 남은 햄을과 당근을 아주 잘게 썰고, 계란을 10개 삶은 후 드레싱(마요네즈 + 케첩)과 함께 버무린 후 샌드위치를 만들려고 했다. 옆에 있던 일본인 여학생은 우리를 보며 연신 "스고이, 스고이!"라며 부러움과 동경(쓰고보니 웃기다ㅋ)의 눈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그때 시각이 오후 9시 45분이었고, 10시가 되면 샤워를 못하므로 일단 빵에 넣을 드레싱은 모두 만들었으니 내일 아침에 빵과 함께 먹자고 하여, 드레싱이 든 커다란 플라스틱 그릇을 랩으로 포장하는 순간...

퍽!

질끈 눈을 감았고, 믿어지지 않는 그 광경을 보기 위해 새우눈으로 서서히 뜨는순간 이미 현실임을 깨달았다. 드레싱이 들어있던 그 그릇이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버린것. 알고 보니 플라스틱인 줄 알았던 그 그릇은 두..두꺼운 유리로 된 것이었다!

피같은 재료비 날리고, 내일 점심 날리고, 또한 산산조각난 유리조각을 치우느라 샤워도 못했다.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이게 무슨 삽질이야. 커다란 유리그릇은 마치 대형사고 난 자동차 유리마냥 산산히 조각나있다. 다행히 다치진 않았다. 착한 일본 대학생들이 청소기와 휴지 등을 가져다주면서 함께 치워주어 비교적 빨리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헉 - 여행첫날부터 왠 삽질. 출발부터 순조롭지가 않다. 사건사고 많은 배낭여행족에게 있어 이러한 징조는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터. 우리는 액땜이라고 애써애써 생각하며 좋게 넘기기로 했다(이것은 정신건강학적으로 매우 바른 사고방식인 것 같다. 첫끝빨 개끝발 크큭.) 욕실에서 소리나지 않게 대충 세수만 하고는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참, 나는 민박집을 잡을 때 항상 물어보는 것이 있다. 우선 숙박비. 제공되는 음식과 숙박시설을 고려하여 생각한 후, 인터넷 가능 여부를 물어본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디지털 카메라 유저) 가장 중요한 CD-RW 가 있는지. 내가 가진 메모리는 256Mb + 128Mb + 32Mb. (크...지금 메모리카드 8기가를 쓰는 이 시점에서 디지털의 발전속도를 체감한다 -.-)이것으로는 내가 만족할 만한 많은 사진들을 담기 어려우므로 출발할때 미리 한국에서 공CD를 80장 정도 가지고 왔다. 한국인 민박일 경우 대다수가 CD-RW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인데 디카를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는 중요한 요소였다. (현재 글을 쓰고 있는 2009년에는 다양한 휴대용 외장하드가 무수히도 많이 출시되었기 때문에 민박집의 CD-RW 유무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것 같다. 하지만 2003년만 하더라도 그런 휴대용 외장하드는 꿈도 못 꾸는 일이었으니..지금 생각해보니 대략난감;;)

분명 아까 전화통화할때나 민박집으로 향하던 중 그 일본인 매니져에게 CD를 구울 수 있느냐, CD-RW가 있냐고 물어봤을때, 있다고. 분명히 CD를 구울 수 있다고 들었는데...헉. 달랑 40X CD-ROM 뿐이다. 게다가 느려터진 인터넷(갑자기 전화모뎀시절이 생각나는 건...) 쉬펄. 내일 찍을 수 있는 여분의 메모리도 얼마 없는데. 짜증난다. 엎친 데 덮친 격. 아무래도 오늘은 날이 아닌가보다.

그래, 모든 것을 액땜이라 생각하자. 내일은 그나마 덜 헤메어도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되겠다.




ESKEY's ⓘ

* 프랑스의 지하철(Metro, 메트로) 요금



프랑스의 지하철(Metro, 메트로) 표.




1회권 - 1.30유로
10회권(1회권 X 10장묶음, 까르네) - 10유로

각자 얼마나 메트로를 이용할 것인가, 여행루트를 꼼꼼히 살펴보면서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 교통비를 절약하는 길이다. 메트로 표는 우리나라처럼 개찰구근처 매표소에서 판매하기도 하고 무인자동판매기에서도 판매한다. 프랑스에서의 무임승차는 절대불가다. CCTV로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무임승차시 이유를 막론하고(처음 와서 잘 몰랐느니..그런말은 안통함) 무서운 벌금을 물어야 한다. 눈물을 흘리고 떼를 써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고 한다.


* 프랑스 파리 메트로 노선도



노선은 색깔별로 구분되어있고, 노선의 끝에 표기된 번호가 노선번호이다.



* 우리가 처음 머물렀던 일본인 민박 (ESKEY 비추천)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안남('시몽' 이라고 한 것 같음) 메트로 7호선 creme역 하차하여 도보 10분. 숙소에서 에펠탑이나 샹제리제거리, 개선문 등 주요관광지와 메트로 45분 거리에 있음. 도미토리로 식사는 제공하지 않으나 주방에서 취사가 가능하고 각종 양념과 계란, 당근, 양파 등이 무료(그날상황에 따라 -.-;) 좁은 방(약 5~6평)에서 10명정도 남녀 혼숙 -.-;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라나)오후 10시 이후 취사, 샤워금지. 컴퓨터 사양 : 방마다 1대있음. windows 98 SE. 인터넷 가능(속도느림), CD-RW 불가.(CD-ROM은 있음. 40X) 샤워실 및 화장실은 깨끗하고 괜찮은 편. 1인당 1박에 15유로(가격흥정 불가 OTL)

* Written, Photograghed and Edited by ESKEY
Sony cybershot DSC-F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