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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OG

ESKEY 유럽여행기 #3. 여유와 낭만의 도시 Paris. [프랑스 파리 제2편]

2003년 11월 22일 토요일. 흐림.

그렇게 상쾌하지만은 않은 아침 7시 30분, 파리의 날씨는 흐렸다. 그리고 우리가 일본인 민박을 선택한 것은 아마 잘못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가격도 그저 그런데다 시설도 저급, 게다가 한국인이 없으니 언어도 통하지 않아 매우 불편했다. 참고로 나는 유스호스텔이나 기타 민박집에서 만난 외국인과 짧은 얘기를 하여 영어실력이 향상된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얼른 이 곳을 뜨는것이 좋겠다. 샤워를 하고 계란후라이 하나와 밥 몇술을 먹었다. 배가 고프니 뭐든 들어간다. 젠장. 그 때, 같은 방에 묵었던 일본 대학생들의 책임 교수로 보이는 한 중년의 남자가 뭘 들고 들어와서는 빵에다 막 발라먹는다. 꿀꺽, 딸기잼. 군침이 절로 넘어간다 -.-; 허- 딸기잼 하나로 약해지지말자. 자 - 최승광, 자존심이 있지. 어제는 자는데 일본학생들이 떠든다고 속으로 욕도 했자너.

"Can I...I...we...use your jam?" (I에서 금방 we로 바꿔버리는 ESKEY의 얍삽함-.-)

1분 후, 나는 얍삽한 숟가락으로 그 일본인 교수의 눈치를 보며 남은 우리의 식빵 여섯 조각에 최대한 얇게,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얇게 펴바르고 있었다 -.-; 역시 먹는것 앞에 약해지는 나. 문제다 문제 (어릴적 부터 가지고 있는...훗) 그래도 어떡해. 배가 고픈걸, 눈앞에 빠알간 딸기잼이 있는걸. 맨 식빵만 꾸역꾸역 넘길 순 없잖아?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다 제작하고는 짐을 챙겼다. 우리가 묵었던 '시몬'이라는 일본인 민박은 에펠탑에서 지하철로 45분 정도 걸리는 그야말로 말만 파리이지 외곽지역이었던 것이다. 나오기 전에 인터넷으로 알아본 파리의 숙소 중 괜찮을 만한 곳을 적어서 나왔다. A.C. 진작에 그럴껄.



프랑스는 건물뿐만이아니라 계단도 이렇게 디자인적으로 만들어져있어 보는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준다.



우리가 알아본 곳은 한국인이 경영하는 민박집인 '파리 하늘민박'이었는데 아침, 저녁제공에 1인 1침실을 고수하며 사진으로 본 침실은 매우 청결해보였다. 가격은 1인 1박에 18유로 (이때는 비수기 특가였음. 지금은 20유로) 참고로 우리가 어제 잤던 일본인 민박에서는 방바닥에 몇달은 세탁도 안한듯한 이불을 깔고 잤다는...이 정도면 어제의 민박집에 비하면 '호텔수준'이다.




파리의 메트로역.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메트로(지하철) 7호선을 타고 쭉 가서 5호선으로 갈아타고 다시 10호선을 갈아타서 Durac역에 도착하였다. 공중전화로 가서 전화 - 역시 한국인이라 말도 잘 통하고 친근감도 들었다. Durac역에서 도보로 1분이면 충분히 '파리 하늘민박'에 갈 수 있었다.


하늘민박으로 가는 Durac역에서 본 파리의 거리.



하늘민박집은 프랑스 파리의 중심가인 7구(맨 밑에 ESKEY's ⓘ 참고)에 위치하고 있었다. 젊으신 사장님과 매니져인 듯 보이는 형은 매우 친절했다. 옮기길 백 번 잘 했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실없이 웃고 있다. 체크인을 한 후 간략한 오리엔테이션(민박집의 구조와 시설의 사용법, 그리고 효과적인 파리관광설명)을 받고 한시가 아까워 서둘러 파리구경에 나섰다.



파리의 골목길. 유럽풍 건물이 신기하기만 하다. 


 

가는곳곳 분위기가 넘치는 골목길에서 셀프 한 컷.



열심히 지도를 살피는 민기.

 


예술적인 건축, 너무나 자연스러운 나무들,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흐린하늘, 그리고 길가에 쌓이고 쌓인 낙엽들. 이래서 파리가 낭만의 도시로구나!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니 어느덧 저 멀리서 에펠탑이 보인다.

 


파리의 출근풍경.

 


앵발리드 군사박물관이 보이는 풍경.

 


예술적인 건축, 너무나 자연스러운 나무들,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흐린하늘, 그리고 길가에 쌓이고 쌓인 낙엽들. 이래서 파리가 낭만의 도시로구나!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니 어느덧 저 멀리서 에펠탑이 보인다. 우리는 걸음을 재촉했고 중간에 재래시장 비슷한 곳을 거쳤는데 유럽에도 한국의 자갈치시장처럼 재래시장이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허긴 사람 사는 동네니깐. 너무나 먹고싶은것도 많이 보고, 신기한 골동품 같은 것도 구경하면서 재래시장을 나왔다.


분명히 파리에도 이런 재래시장이 있다.




자자, 에펠탑은 바로 저기에 있다구요!

 


잠깐 쉬고 있는 세 남자.





자, 10초 타이머에 우리를 담아보자구! 민기, 창호, 나.

 


그렇게 걷다보니 잠시후, 우리 눈 앞에는 그토록 교과서에서만 봐왔던 커다란 에펠탑(La tour Eiffel)이 서 있었다! 예상대로 비수기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우리는 아랑곳하지않고 camera-rush를 해댔다. 유럽 사람들은 동양인이 고급카메라를 가지고 삼각대까지 동원하며 사진을 찍어대니 신기한 듯 쳐다보았지만 별로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람들 다 보이는 데서 설정모드로 셀프샷을 찍기도 했다. 유 후 -.-;
 



에펠탑(La tour Eiffel)




에펠탑을 배경으로 세 남자의 감동과 즐거움의 한 컷.





에펠탑의 정중앙에서 위를 보고 찍은 사진. 역시 비수기라 공사중인 녹색망(-.-;)이 보인다.





책이나 TV에서 웅장하고 거대하게만 보았던 에펠탑은 '선'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내가 '선'에 대해서 그리 일가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차가운 느낌의 교차하는 직선들과 부드럽고도 안정감이 있는 고급스러운 곡선들의 조화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나의 사진 내공으로는 도저히 그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없었기에 매우 아쉽고 답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에펠탑을 찾는다.





에펠탑 앞에는 이렇게 화가들이 자신의 그림을 팔기도 한다.

 


자신의 그림 중에 한 장을 찍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찍은 사진. 매우 잘 그렸다.





Pont d'lena다리에서 바라본 세느강(Seine river) 




세느강을 바라보며 분위기 있는 척 셀프샷 ;;

 


사이요궁(Palais de Chaillot)에서 바라본 에펠탑의 풍경과 세 남자.




사실, 에펠탑을 올라가 보고 싶었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아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참아야만 했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는데 10.2유로, 2003.11기준) 그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우리는 샹제리제거리로 향했다. 아, 적은 비용으로 여행하려면 감수해야만 하는 몇 가지 눈물겨운 사항들.




잠시 쉬고있는 민기.

  


이 차 너무 멋있어요!




공허한 듯, 하지만 따스한 파리의 거리.




 파리의 주요 관광지에는 이렇게 City-tour 버스가 다닌다.




샹제리제 거리의 시작은 그 유명한 프랑스 개선문(Arc de Triomphe)이었다. 비수기라서 개선문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 사진에 공사현장이 나와서 조금 아쉬웠지만 그 장엄한 건물과 풍경은 잊을 수가 없다. 마음속으로 담는 사진도 참 중요하다.
 

 

열심히 루트대로 움직이기 위해 노력하는 창호와 민기.



자, 우리 세 남자 개선문 앞에 있어요!

 


샹제리제 거리(Avenue Champs Elysees)는 개선문에서 내리막으로 쭈-욱 내려오면 된다. 그 내리막 거리가 모두 샹제리제거리이다. 온갖 쇼핑몰과 럭셔리한 패션, 그리고 노천 카페가 자리잡은 그 거리는 사람들도 매우 많고 가게들마다 코 큰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중간중간에 벤츠(Benz)전시장, 샤넬전시장, 향수전문쇼핑몰(Sepora) 등도 있었고 가는곳마다 감탄이 나오는 이 거리에서 삼각대를 세워두고 얼굴에 두꺼운 철판을 깐 후(또 시작-.-;) 셀프를 마구 찍어댔다.




우와! 이 차 열라 신기해요! (푸조 전시장에서)



오랫동안 걸어다니니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다. 아침에 만들어 두었던 여섯조각의 샌드위치는 아까 걸어오면서 먹어버린지 오래다. 식사는 그렇고, 군것질이라도 하자;; 군것질을 해도 프랑스식으로 하기 위해 길거리 노점상같이 생긴 가게에서 바게트빵 속에 커다란 햄과 토마토, 양상추 등을 넣어서 판매하는 샌드위치를 4유로를 주고 사서 함께 구입한 스프라이트를 공원 벤치에 앉아서 먹었다. 비록 자금이 풍부하지 못해 그 빵을 세 조각으로 컷팅하여 먹었지만 파리에서 처음으로 했던 군것질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하지만 맛은 별로였다. (길거리에서 파는 샌드위치는 ESKEY 비추천

파리에는 공원과 벤취문화가 굉장히 잘 되어있는듯 했다. 가는 곳곳마다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서 데이트 하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듯 했다. 실제로 공원 등지에서 달콤한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을 굉장히 많이 볼 수 있었다. 흐미..부럽다 -.-; 이따금씩 공공연한 자리에서 두 남녀가 서로를 뼈가 으스러지도록 끌어안고 뜨거운 키스를 퍼붓기도 했다. 역시 낭만의 도시 Paris. 길 곳곳마다 너무 멋진 가로수들이 심어져 있고, 빨갛고 노란 낙엽들이 길가에 자연스럽게 떨어져 있어서 그야말로 '가을의 세남자'를 연출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걸었고, 대충 정해놓은 루트대로 움직였다. 한참을 걷다보니 꽁꼬르드 광장(La place de la Concorde)이 나왔고, 이집드의 룩소르(Luxor)신전에서 잘라왔다는 그 유명한 '오벨리스크'도 볼 수 있었다.

 


꽁꼬르드 광장에 있는 오벨리스크.





곧이어 간 곳은 튀를리 공원(Jardin des Tuileries). 루브르 박물관과 꽁꼬르드 광장 사이에 있는 공원으로 곳곳에 놓인 조각들, 특히 여러개의 링으로 만들어진 쇳덩어리 조형물과 새들이 자주 앉아서 쉬어가는 연못위 조각상들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사람들의 자유스러움과 낭만, 분위기가 서려있는 이 곳은 스쳐지나가기에는 너무도 아쉽다.




 저 멀리 보이는 루브르 박물관과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나무와의 조화.




늦가을, 파리의 황혼풍경은 이렇습니다.

 



파리의 가을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오후 4시가 넘자 해가 져 가고, 우리 앞에는 빠알간 노을이 펼쳐진다. 파리 곳곳의 건물들과 에펠탑, 그리고 분위기 메이커인 가로등은 하나 둘씩 불이 켜졌다. 이제 드디어 프랑스의 파리가 야경모드로 들어가는구나!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알렉산드르 3세 다리(Pont Alexandre III). 빼어나게 화려하고 그 품격있는 아름다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역시 해가 지는 분위기의 보랏빛 하늘과 너무나도 찬란한 다리위에서의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 연인들을 보고 문득 나도 빠리지엔이 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해가 많이 기울고 이제 파리는 그림같은 야경을 연출했는데, 그 장관이 인상깊어서 숙소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산책을 나오기로 했다.




환상적인 에펠탑의 야경.

 


여행한 지 3박 4일이 지났건만 아직 김치를 먹어보지 못한 그리움에, 정확히 말해서 3박4일밖에 안 지났는데도 눈물나게 그리워지는 김치이기에 너무도 간절했었는데 저녁은 닭곰탕과 김치가 나온다! 헉 - 눈물난다. 너무도 반가웠고 나는 기쁜 나머지 배가 터지는 줄도 모르고(또 오바시작-.-;) 세 그릇이나 먹었다. 끙... 조선족 이모님이 해주신 음식이라 맛고 일품이고, 같이 머무르는 사람들의 분위기도 편안하고 다정해서 과연 숙소를 옮기길 잘했구나 -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베시시 - 실없이 웃었다 ^ ^ 

맛있게 저녁을 먹고 창호와 나는(민기는 피곤해서 먼저 잠이 들어버림) 에펠탑 야경을 찍기위해 다시 숙소를 나섰다. 숙소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에펠탑은 산책하기에는 그만이었다. (만약 어제 그 일본인 민박집이었으면 - 으휴, 생각만 해도...) 낮에 봤던 에펠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주는 에펠탑. 나는 에펠탑에 두 번 놀랐다. 개인적으로는 밤에 본 에펠탑이 더 멋스럽고 분위기 있었다. 흥분한 ESKEY, 삼각대를 세워두고 미친듯이 사진을 찍어댔다. 

태어나서 이렇게 멋진 산책을 해보기는 또 처음이네. 아까 배가 터지는 줄도 모르고 먹어서 숨쉬기도 힘들 정도로 배가 불렀는데 한참을 걸었고, 시원한 공기도 마시면서 장관을 가슴으로 감상하니 몸이 가뿐하고 기분이 좋다. 다시 숙소로 도착했을때는 갑자기 밀려오는 나른함에 다이렉트로 잠이 들어버렸다. 


 

 

ESKEY's ⓘ  

* 구 : 프랑스 파리는 여러개의 '구'로 나뉘는데 보통 7, 8, 9 구를 중심가라고 한다. 7구는 몽빠르나스 기차역, 8구와 9구는 샹제리제거리이다.


* 파리 하늘 민박 (ESKEY 추천)

파리의 중심가인 7구에 위치해 있으며 메트로 10호선 Durac역에서 하차하여 도보로 1분이면 충분함. 숙소에서 에펠탑이나 개선문, 샹제리제거리 등 파리의 주요관광지를 모두 도보로 관광 할 수 있음 ^-^/ 도미토리로서 남자방, 여자방이 따로 있으며 남자방은 침대 5개, 여자방은 침대가 10개가 넘음.(따라서 여자방이 훨씬 크다) 1인 1침실을 무조건 고수하며 언제나 청결하다. 아침, 저녁으로 한식이 제공되며 식단은 일주일을 기준으로 매일 바뀐다. 조선족 아주머니께서 만드시는 음식이라 굉장히 맛있고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는것이 너무나도 큰 장점. 통금시간 제한과 샤워시간 제한 등 눈치를 주는 일이 전혀 없다. 컴퓨터 사양 - 총 2대가 있으며 windows 98 SE과 windows XP 두 운영체제. 인터넷 가능(고속) CD-RW 가능. 샤워실 및 화장실 매우 청결함. 1인당 1박에 18유로.(2003년 11월 22일 현재의 가격이며, 이 가격은 비수기 특별가격임. 현재는 20유로)

* Written, Photograghed and Edited by ESKEY
Sony cybershot DSC-F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