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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OG

ESKEY 유럽여행기 #4. 세 남자의 Paris 헤메기. [프랑스 파리 제3편]

2003년 11월 23일 일요일. 흐림.

어제 아무리 피곤했어도 나에겐 모든게 신기하게만 느껴지고 새롭게만 느껴지는 이곳 유럽에서의 아침은 상쾌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맛있는 아침을 먹고, 파리의 벼룩시장으로 향했다. 왠지 고풍스러워 보이는 유럽에 벼룩시장이 있다는 것이 약간 신기하기는 했지만(어디까지나 이것은 나의 환상일 뿐) 벼룩시장으로 향하는 마음은 설레임에 가득찬다. Vonves라는 벼룩시장인데 파리의 벼룩시장중에는 가장 작지만 아주 볼만한 곳이라고 한다. 메트로 13호선을 타고 Vanves가 있는 Porte de Vanves역에서 내려 금세 벼룩시장을 찾을 수 있었다. 참고로 벼룩시장은 주말과 월요일만 연다고 한다. 그리고 오후 1시가 되면 거의 대부분의 벼룩시장이 철수를 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개인용돈을 조금 들고 나와서(공금아닌 각자가 가진 약간의 여윳돈) 벼룩 쇼핑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이쇼핑 위주로. 신기한 골동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에는 깨어진 조각을 파는 신기한 점포도 있었다. 계속 가다보니 과일가게(색이 환상적이다)도 있었고 훈제 닭고기(꼬치에 끼워 빙빙 돌리며 굽는것)을 파는 집도 있었다.




벼룩시장에서 판매하는 치즈. 왠지 맛이 궁금하다.


 


머스캣과 오렌지. 과일이면 껌뻑 넘어가는 우리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것!




프랑스인들은 옛 것을 고수하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들었는데(덕분에 자존심이 무척 세다) 역시나 이 벼룩시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뭐, 방금 집에서 쓰다가 갖고나온 그릇 같은것, 그것도 깨끗하지도 않은 것을 싸게 팔고 입던옷도 여러개 무더기로 무질서하게 진열해 놓고는 헐값에 판매하기도 했다.

한참 시장을 돌다보니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가 난다. 벼룩시장에서 왠 피아노소리인가 하고 소리가 나는쪽을 쳐다보니, 시장 가운데서 어떤 할아버지가 피아노를 연주하시는데 매우 훌륭한 솜씨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우리는 한참을 멀뚱멀뚱 서서 감상을 하고 있는데 민기가 100원짜리 동전을 하나씩 나누어주며 피아노 위에 있는 바구니에 놓고 오자는 것이었다. 보통 거리의 악사들 앞에는 바구니같은 것들이 하나씩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거기다 소액의 동전이나 지폐를 놓기도 한다. 파리에서의 한국 동전은 또 희귀물품 아닌가. 100원이라도 그 이상의 가치를 하는 법! 100원짜리 동전을 각각 하나씩 그 바구니에 넣으니 연주하시던 할아버지는 우리를 보고 쌩끗 웃어주시며 윙크를 하신다. 내가 "Can I take a photo?" 라고 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 어려운 연주를 계속하신다. 정말 멋진 그 할아버지를 사각의 앵글속에 아름답게 담았다.



벼룩시장 한 가운데에서 멋진 피아노 연주를 하시는 할아버지. 연주솜씨가 탁월하다.





멋진 할아버지와 기념사진을 찍는 민기.




프랑스라는 조용하고 여유있는 나라에서도 벼룩시장만큼은 사람도 많고 시끄러웠으며 비로소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오후 1시가 다 되니 정말로 그 많고 시끄럽던 벼룩시장들이 철수에 들어간다. 배가 고픈 우리는 철수에 들어가는 벼룩시장에서 정말 맛있어보이는 머스캣(muscat)을 사고 그토록 맛있어 보이던 파리의 빵을 맛보기 위해 근처의 빵집에 들어가 각자 먹고 싶은 빵을 고른 후 나와 창호는 오렌지 쥬스를, 커피광인 민기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주문하여 간만에 점심을 먹었다.



내가 골랐던 빵 - 부드러운 초콜릿맛이 나는 빵이었다^-^





에스프레소 커피와 함께 여유를 즐기며 행복해하는 민기.



분위기 있는 파리의 빵집에서 창가에 앉아 마시는 커피가 그렇게도 좋은지 민기는 연신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잠깐의 여유를 즐기고 우리는 드디어 길을 헤메기 시작했다. 본래 예상했던 코스는 샤틀레 - 뽕삐뚜센터 - 피카소미술관 - 시청사 - 노트르담 대성당 - 빵테옹사원 - 소르본느대학이었다. 하지만 책에 나와있는 코스와는 정 반대로 움직이는 코스라 길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프랑스의 건축 구조가 방사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길 찾는것이 매우 헷갈렸다.



조용한 파리의 거리.




길을 헤메면서도 길이 이뻐서 한 컷. 그리고 길 헤메는 민기.



그 유명한 뽕네프 다리(Pont Neuf)즈음에서 아름답게(?) 헤메이기 시작하여 그 주변을 몇 번이나 돌았는지 모른다. 거의 거의 비슷비슷한 건물들, 비슷하게 생긴 길들. 아무리 우리 셋이지만 길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겨우겨우 파리지엔들에게 물어서 찾아간 곳이 샤틀레(Chatelet, 초대형 상업지구) - 별 감흥이 없어서 잠시 앉아있다가 나왔다. 다음으로 건물의 겉과 속이 완전히 뒤바뀐 듯한 파격적인 건물을 자랑하는 뽕삐두센터(Centre National d'Art de Culture Georged Pompidou)를 가고 싶었으나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샤틀레, 레알지구. 지하 4층으로 이루어진 초대형 상업지구이다.





뽕네프 다리에서 바라본 파리의 풍경.




프랑스 혁명때는 감옥으로도 이용된 꽁시에르쥬리(Condiergerie)의 멋진 대문앞에서 셀프.




게다가 해가 짧은 이곳 유럽인지라 오후 4시정도 였는데도 이미 너무 어두워져가고 있어서 과감히 포기하고 노트르담 대성당을 찾았다 - 한참을 걸어서야. (참고로 우리가 나중에 헝가리로 여행하던 중 갑작스레 프랑스로 다시 돌아올 기회가 있어서 뽕삐뚜 센터, 못다본 곳들을 둘러봄. 그러므로 뽕삐두 센터와 그 밖의 것들은 헝가리편 다음의 프랑스편에서 소개할 것임.)




노트르담을 찾다가 멋진 다리에서 - 민기.




길을 헤메다가도 사진 찍을때는 여유로운 척 셀프.





건물에서도 보이는 웅장함 속에 섬세한 조각들이  연거푸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노트르담 대성당(Cathedrale Notre-Dame)




엄청난 규모와 섬세한 조각상들이 매우 인상적인 노트르담성당. 역시나 왼쪽의 공사가 아쉽다.




이 곳은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인 '노틀담의 곱추'로도 잘 알려진 성당이다. 건물을 짓는데만 170년이나 걸린 대작. 이런 성당이 한국에 있었다면 난 아마 종교를 바꿨을지도 모른다-.-; 노트르담 성당에서는 일요일 오후 4시 30분에는 아름다운 파이프오르간 연주가 있다고 들었는데 마침 오늘이 일요일에다가 우리가 노트르담에 도착한 시각이 4시 30분 경이라 직접 들어가서 성가대의 아름다운 합창과 파이프오르간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매우 커다란 돔 형태의 건물에서 울려나오는 그 소리는 예술, 환상적이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려하고도 웅장한 내부. 절로 숙연해진다.




촛불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맑은 아이.




멋진 감각이 돋보이는 스테인드글라스.




고풍스러운 조명과 천장.




노트르담 대성당의 입구에서 바라본 내부.




노트르담 대성당 앞 기둥에서 민기.





미사가 끝나고 성당을 나오니 꽤 어두워져 있었다. 성당을 나와 쭉 걸어나오다 우리는 값진 장면을 구경했다. 바로 길거리 악사들. 많은 거리의 악사들을 보았지만 이렇게 그룹으로 모여서 제대로 하는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나에게는 남다른 볼거리였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하나 둘 걸음을 멈추고 둥그렇게 둘러싸고 구경하여 순식간에 어둑어둑한 거리에는 분위기 좋은 노래와 여유로운 사람들로 가득찼다. 마치 꿈인것만 같았다. 난 여행에서 멋진 건물, 유적지들을 보는것 보다 이런 거리풍경을 보는것을 훨씬 더 좋아한다.




너무도 훌륭했던 거리의 악사들.




아름다운 선율에 하나 둘 사람들은 몰려들고...




순식간에 어둑어둑한 거리에는 분위기 좋은 노래와 여유로운 사람들로 가득찼다.




어둑어둑해지는 파리의 또다른 야경.





파리의 저녁즈음의 골목풍경.




우리는 분주하게 걸었고, 한참을 걸어서 겨우 소르본 대학(Universite de la Sorbonne)에 도착했다. 소르본대학은 파리의 13개 대학 중 하나이며 처음에는 신학 대학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문학, 법학, 의학, 약학 등을 가르치는 파리 3,4 대학을 통틀어 소르본 대학이라고 불리운다. 소르본 대학의 야경또한 예술이었다. 건물 자체가 멋질 뿐만 아니라 조명이 위로 쏘아올리는 형식이라 더욱 그 건물의 분위기를 부각시킨다. 마침 소르본 대학 내에서 조그마한 전시회(미술)를 하기에 들어가서 잠시 감상하고 나왔다.




전시회 작품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작품앞에서 한 컷.




마지막으로 가본 곳이 바로 빵떼옹 사원(Pantheon). 본래 성당이었으나 자유혁명 이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공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사진으로 빵떼옹 사원을 본 적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밤에 본 빵떼온 사원이 훨씬 더 멋지다고 느꼈다.




저기 빵떼옹 사원이 보인다!




밤에 볼 때 더욱 멋진 빵떼옹 사원.




숙소로 돌아가는 길. 아름다운 파리의 밤거리.



아 - 하루종일 걷고 또 걸었더니, 게다가 헤메기까지 했으니 무척 허기졌다. 숙소로 돌아와 또 식충이처럼 배가 터지는 줄도 모르고 밥을 실컷 먹고 창호, 민기랑 근처의 아랍인이 운영하는 가게(늦게까지 운영하나 대형마트보다 가격이 크게는 2배정도 비쌈) 에서 맥주와 간단한 쿠키를 사서 시원한 캔맥주를 기울이며 얘기를 나누며 여행의 피로를 풀었다. 아- 좋다~!




ESKEY's ⓘ 
 

* 뽀앵 제로(Point zero) : 노트르담 대성당 앞의 넓게 펼쳐진 땅에는 파리와 다른 도시간의 거리를 측정할 때 기준점이 되는 뽀앵 제로표시가 있다. 즉, 그곳이 바로 넓고 넓은 파리의 중심인 것.

* 노트르담 대성당 입장시에는 필히 모자를 벗고 들어가야 함.



* Written, Photograghed and Edited by ESKEY
Sony cybershot DSC-F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