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그때는 막내 삼촌이 군대에 있는 시기였고, 나는 삼촌이 휴가를 나올때만을 기다렸다. 왜냐면 막내 외삼촌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삼촌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보다, 극장에서 본 우뢰매보다 더 멋진 사람이 막내 외삼촌이었다.
삼촌은 내가 어릴적부터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인 어느날 삼촌이 피는 담배가 너무 신기하고 멋져보여서 나도 한 번 빨고 싶다고 했었는데 그때 삼촌은 내 입에 삼촌이 빨던 담배를 물려주었다. 담배를 빨자 앞이 캄캄해지고 머리가 띵~해지는...왜 이런걸 필까? 라는 생각. 그래서 난 지금껏 담배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초등학교시절에는 독후감이나 글짓기 등 작문에 관해서는 정말 문외한이었고 정말 글 쓰는것을 싫어했는데, 막내외삼촌은 내 방학 숙제인 독후감도 직접 평가도 해주시고 글이 엉망이면 나를 호되게 야단치시기도 했다. 어쩌면 내가 지금 글 쓰는것을 좋아하는것도 그때 삼촌의 가르침이 큰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손재주가 좋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는데 이것도 삼촌의 덕이 크다. 삼촌은 우리집에 오실때면 항상 프라모델을 사 오셨다. 나는 그런 삼촌이 너무나 멋지고 좋았는데 그때 만든 여러가지 프라모델들을 통해 메뉴얼에 강하고 꼼꼼한 손재주를 가진 내가 되었던 거 같다.
그리고 삼촌은 휴가를 나올때면 항상 나와 내 동생을 데리고 공원이나 동물원, 식물원에 데리고 가셨는데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택시 기본요금이 600원이었던 어느날, 삼촌이 맥주 한잔 하신다면서 근처 호프집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셨다. 삼촌은 맥주 500cc를 시키시고 우리는 콜라를 시켜주셨는데 나는 삼촌에게 나도 맥주 마실 수 있다면서 맥주를 시켜달라고 졸랐다. 삼촌께 끝까지 다마신다는 약속을 받고 맥주 500cc를 시켰는데 어찌 초등학교 2학년생이 맥주를 마시겠는가. 보리음료처럼 맛있게 보이던 맥주는 마치 오줌처럼 쓰고 이상한 맛이었는데 어른들은 왜 이걸 마실까...? 라는 생각이 연거푸 났었고 결국 나는 한모금도 마시지 않고 삼촌께 다 드린 기억.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고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찍 깨닫게 해 주셨다.
아, 요즘 정말 힘든 일이 몇가지 있었는데 문득 막내 외삼촌이 내가 맥주를 처음 마셨던 그 여름에 휴가를 나오셔서 내게 적어주신 글귀를 떠올리며 추스리곤 한다. 뭐, 물론 삼촌이 지은 것은 아니겠지만 맨 마지막 글귀는 삼촌이 직접 지어서 나에게 써주신 글이다.
오늘 나는 삼촌께서 써주신 마지막 구절을 머릿속에서 수백번은 되뇌이며 마음을 다스렸다. 오늘따라 막내 외삼촌이 너무 보고싶다. 이번에는 정말 삼촌과 술 한잔을 나누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