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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AS

버림받은 고양이

길을 가다 보면 흠칫 놀랄 때가 있다. 다름아닌 길냥이가 휙 지나가거나 길가에 놓여진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마구 헤집고 있는 모습을 볼 때이다. 사실, 나는 별로 고양이를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위에 적은 것은 일반 사람들 이야기이고 난 길가다가 내 앞으로 고양이가 휙 지나가도 별 생각 없이 그냥 지나간다. 난 오히려 개가 더 무섭다.

어렸을 적 고양이는 무척 친근한 이미지였다. 언젠가 보았던 페르샤 고양이, 흰 털이 소복히 난 그 고양이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했으며 윤기나는 흰색털을 날리며 걷는 모습이 욕심이 나게 했다. 그리고 그림책에서 읽었던 검은 고양이 네로. 지금 생각하면 검은 고양이는 도둑 고양이의 상징인데 그 때는 참 친근한 존재였다. 즐겨보았던 만화 '톰과 제리'. 거기서도 검은 고양이 톰은 쥐(제리)한마리 제대로 못잡는 얼간이로 나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길가에서 보이는 고양이들이 많아졌다. 특히나 내가 대학을 들어간 1999년부터. 그 고양이들은 덩치도 꽤 크고 포동포동하지만 결코 귀여운 이미지는 아니었다. 매번 보이는 광경은 쓰레기 봉지를 뒤지며 사람들이 지나가면 도망가는 것.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파헤쳐진 쓰레기 봉지는 많아지지만 사람을 보고 도망을 가는 고양이는 현저히 줄어든 것 같다.

고양이는 영물이라고 할머니께서는 말씀을 하셨다. 목숨이 9개라서 고양이에게 헤꼬지를 하면 죽어서도 복수를 한다는. 그래서 나는 어려서부터 고양이에게 장난을 친 적은 없었다.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지만 내가 아는 사람이 길가에 떠도는 고양이를 발로 걷어찬 적이 있는데 그 후로 아침에 등교를 할 때마다 집 앞에 죽은 동물들이 놓여져 있었다는 말을 듣고는 오히려 내가 고양이를 피하게 되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얘기는 잘 모르겠으나 한국사람은 대체로 고양이를 좋아하지는 않는것으로 안다. 일부 애완으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제외되겠지만 보통 길가에 떠도는 일명 '길냥이'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눈살을 찌뿌리게 되고 심지어는 재수없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길가에 떠도는 고양이들은 원래는 길냥이가 아니라고 한다. 애완으로도 키우고, 집에서 사랑받는 고양이었다가 어느날 갑자기 버림을 받게되어 살기위해 어쩔 수 없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그 고양이들이 번식도 하고 가정에서 버림을 받게 된 고양이들도 많아져서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떠도는 강아지들은 개장수들이 환영하기때문에 매해 그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알고보면 참 불쌍한 존재인 고양이들이다. 이름도 도둑 고양이라는 누명을 쓴 채.

이렇게 캄캄한 밤이 되면 우리 동네에 버림받은 고양이들은 절규하기 시작한다. 사랑을 받지 못해, 버림을 받은것에 대한 원망의 소리인 양 그 소리는 마치 아기가 죽기전에 찢어지게 울듯 처참하고 무섭게 들린다. 그 소리가 정말 듣기 싫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우는 고양이들이 불쌍해진다. 사랑에 목말라 울부짖는 절규의 소리. 책임지지 못할 나를 왜 땅에 보냈냐고, 그러기에 매일 쓰레기통만 뒤지며 언제 지나가는 자동차 바퀴에 깔려 내장을 쏟을지 모르는 운명에 대한 슬픈 곡소리. 지금도 그 슬프고도 아픈 소리는 내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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