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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AS

흔적

술을 마시다 우연히 알게 되었다. 따뜻했던 추억들 - 사진, 피자헛 피자, TV, 축구, 맥주, 오렌지색 소파... 따뜻했던 추억들이 서려 있었던 곳이라는 것을. 뽕나무밭이 바다로 바뀌듯, 현대문명의 깔끔함에 힘입어 눈으로는 전혀 알아볼 수 없는 공간으로 바뀌었지만 야릇하면서도 신기하고, 또한 묘한 느낌이 들었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참으로. 집으로 걸어오는길에 혼자서 얼마나 헛웃음을 많이 지었는지.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기도 하고.

고등학교때 나는 샤프로 글쓰는것을 좋아했다. 지금도 볼펜보다는 샤프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나는 대체로 글을 쓸때 힘을 주어 쓴다. 자칫, 지우고 싶은 誤字를 적었을때, 그 성능좋다던 잠자리표 지우개로 아무리 박박 문질러도, 검정색깔 흑연은 지워질지 몰라도 꾹꾹 눌러써서 종이에 울퉁불퉁 남은 음각판화같은 흔적은 어쩔 수 없나보다. 검정색깔 흑연은 지워져 후후 불어버리면 끝나는 것을, 꾹꾹 눌러써서 종이에 울퉁불퉁하게 남아버린 자국은 어찌할 수가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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