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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AS

슬픔의 잠복기

가장 행복해야 할 시기인 20대 초반에 나는 많은 우울한 나날을 보냈던 것 같다. 물론 기쁜 일도, 즐거운 생활도 많았지만 그것에서 오는 상대적인 슬픔은 나의 정체성을 망각할 정도의 심각성으로 다가왔다. 슬픔이란 면역성이 없어서 시간이 지나 깨끗이 치유되었다고 하여도 정신이 피곤할때나, 마음이 불안할때는 제멋대로 재발하는 악성이 있다. 원인이라는 것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도 습관적으로 우울함 뒤의 슬픔은 마치 비가오고 번개가 내리면 천둥이 따라오듯 그렇게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밀려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습관적인 우울함과 슬픔은 그 빈도수가 낮아지고 나의 마음도 평온을 찾았지만 잠복기가 긴 슬픔이 어느 순간 참을 수 만은 없는 표출됨으로 축적되면 이유도 모른 채 슬퍼지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그래서 나는 그런가보다. 즐겁고 기쁜 나날들이 계속되면 그 이면에 '슬픔'에 대한 걱정이 더욱 커지는것. 즐거움과 기쁨뒤에 반드시 와야만 할 것 같은 슬픔이 예상밖으로 계속 오지 않을때, 마치 생리주기가 일정하다가 갑자기 생리가 오지 않을때 불안해 하는 여자처럼 그렇게 불안한 느낌도 드는가보다. 그러다가 문득 쌓여왔던 슬픔이 잠복기를 충분히 거쳐 표출될 때 나는 내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슬픔을 내 방 한구석에 웅크리고 느끼나보다.

불안하지 않을정도의 즐거움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진정 기쁘고 즐거운 나날들이 나의 생활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예상밖의 슬픔이 왔을때는 진정 기쁘고 즐거운 나날들을 생각하며 마치 양과 음의 조화처럼 그렇게 편하게 액땜해 버릴 너그러움과 여유가 나의 생활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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