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교 '드라마 작가(중급)' 강의 현장

"만약 이런 남자가 있다고 치자. 이 남자는 돈을 주고 산 여자나 진짜 사랑하는 여자까지도 동일시하는 성관념을 가진 이시대 최고의 재수남이다. 이 남자가 이렇게 재수없는 사람이 되기까지는 여러가지 배경이 있을 수 있는데, 어린시절 정숙치 못한 어머니 때문에 아버지의 폭력을 보았고 그 역시 그 폭력의 희생자라는 설정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배경이 있어야만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이해하고 또한 그 남자에 대한 동정심이 생기며, 이 동정심은 그 남자가 어한 재수없는 짓을 하여도 용서가 되는 매개체가 된다."

"이런 여자가 있다고 치자. 섹시한 망사스타킹과 검정색 미니스커트, 그리고 풍성하고 긴 세팅 파마머리. 그리고 주인공 남자를 향해 도도한 눈빛을 보이며 걸어오는..시청자들은 이 여자를 단순한 룸싸롱 종업원 정도로 상상한다. 만약 이 여자의 직업이 진짜 룸싸롱 종업원이었다면 이 여자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남자와 지나친 후 다른 남자가 그 여자를 부르길, 김기자라고 한다면 상황은 어떨까. 시청자들은 예상밖의 직업을 가진 여자에게 더한 호기심과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 뒤를 이은 또 한 여자가 있다. 남자는 그 여자의 손을 잡고 호텔안으로 급히 들어와서는 이름을 말하며 예약손님임을 밝힌다. 그 여자는 남자의 뺨을 때리며 호텔 예약을 한 남자를 저질로 취급한다. 잠시후 호텔 커피숍에서 그 남자는 여자에게 사랑하면 왜 자기가 원하는걸 못해주냐고 하나, 여자는 결혼전까지는 절대 안된다고 한다. 시청자들은 여기서 여자는 순결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드라마를 쓸 때는 100마디 말보다는 한가지 행동으로 그 캐릭터를 생성하는것이 효과적이다. 말보다는 쓴 웃음을, 옷에 커피를 쏟아서 미안해하는 동료에게 괜찮다는 말보다는 동료를 위해 거울을 닦아줌으로서 더욱 시청자들이 이 캐릭터에대한 호감을 갖도록 하는것이 중요하다. 드라마에서는 대사가 거짓일 경우가 많다. 물론 대사는 중요하며, 그 인물의 캐릭터를 생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대사가 그 인물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역설적 표현이나 거짓의 표현일 경우 더욱 뚜렷한 이미지를 생성한다."

"기억하세요, 대사는 거짓이라는 것을."


#2. STORY - 접근

남자는 김기자의 애인이다. 남자는 늘 냉정했으며 차가움의 대명사였다. 어릴적 쓰라린 아픔이 있는 남자. 그 남자는 여자를 믿지 않는다. 김기자는 말 그대로 기자이며 밤에는 취재차 호스트빠에서 일하기도 한다. 남자는 어느날 회사에서 한 여자를 보게된다. 청순가련한 외모, 착하디 착하게 보이는 그녀에게 첫 눈에 반한다. 하지만 접근하기는 쉽지않다. 웬지 너무나 순결해보이는 그녀. 여자는 남자에게 인터뷰를 하기위해 온 것이다. 인터뷰 후 남자는 그 여자를 집까지 바래다주지만 차안에서 그여자가 발견한 다른여자의 스타킹때문에 당혹스러워한다. 그 여자는 남자가 플레이보이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그 남자를 경계하지만 그럴수록 그 남자는 그 청순가련한 여자에게 더욱 더 빠져든다. 결국 애인한테까지 그 여자에 대한 마음을 밝히고 김기자는 충격에 휩싸이며 그 여자를 궁금해한다.

남자는 여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항상 따라다니며 그 청순한 여자를 관찰한다. 그 여자는 지하철 안에서는 아이스크림을 흘리며 먹는 아이에게 친절하게 손수건으로 닦아주며 토닥여주고 그 남자는 그런 여자를 보며 더욱 호감을 갖는다. 그리고 우연을 가장하여 여자와 서점에서 마주치지만 여자는 여전히 남자를 냉대한다. 그러던 어느날 남자는 우연히 성당에서 그 여자와 마주친다. 그 여자가 소위 "천사아가씨"로 불리워지는걸 수녀님에게 듣고는 아이들과 함께 눈싸움을 하고있는 그녀를 보며 더욱 더 빠져든다.

잠시후 둘은 어린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여자는 남자가 돈만 많은 플레이보이로만 알았지, 그렇게 기부까지하는 사람인줄은 몰랐다며 약간의 호감을 보인다. 남자는 어렸을 적 부모와 구타얘기를 하며 자기는 구타당하는 불행한 아이들을 볼 수 없으며, 그리고 여자를 절대로 믿지 않는다며 눈물을 흘린다. 이에 마음을 움직인 여자는 그 남자를 감싸안으며 눈물을 흘린다.


#3. STORY - 감동

남자와 그 순결한 여자는 연인사이가 된다. 여느때처럼 집까지 차로 바래다주는 남자에게 여자는 생일 선물이라며 조그만 상자를 준다. 여자가 내리고 돌아가려하는데 여자가 앉았던 조수석에 수첩이 하나 떨어져있다. 남자는 내려서 여자에게 전해주려다가 생각을 고치고 집에 가져간다. 집에서 선물이 넥타이라는 걸 알고 그냥 비웃듯 그걸 던져놓고는 수첩의 내용을 본다.

수첩을 본 남자는 아까 던졌던 넥타이를 다시집어 감동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 수첩은 여자의 가계부 비슷한 것이었는데 이렇게 적혀 있다.

이불 30000원, 베개 15000원" 대신 "XX씨 넥타이 43000원"


#4. STORY - 정리

남자는 이여자에게 인생을 전부 걸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애인 김기자를 정리하려 한다. 남자의 사무실에서 김기자는 언성을 높이며 못헤어진다고 하고 지난 1년간 남자와의 동거를 그 여자에게 알리겟다고 협박한다. 하지만 남자는 알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서로 협박을 한다. 여자가 말하길 "그 여자한테도 어릴적 아버지 어머니 얘기하며 눈물 쏙 빼게 했나요?"
그때 우연히 남자에게 김밥 도시락을 주기위해 온 순결한 여자가 두사람의 대화를 듣고는 충격으로 눈물을 흘리며 뛰쳐나온다. 남자는 여자를 잡아보지만 여자는 동거까지 한 과거가 더러운 남자는 싫다며 가버린다. 이미 남자가 순결한 그 청순녀를 사랑하고있음을 안 김기자는 그 여자를 만나 남자의 장점을 얘기하며 그녀를 다독인다.


#5. STORY - 충격

밤이면 룸싸롱에서 일하는 김기자는 어느날 룸싸롱복도에서 우연히 가발을 쓰고 술이 취해 비틀거리는 청순녀를 보게된다. 너무나 놀란 김기자는 그 남자에게 말한다.

"싱글 침대를 쓰는 여자는 정숙하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 침대 밑에는 더블침대보다 훨씬 넓은 방바닥이 있다는 걸 기억해둬. 그것도 아주 뜨끈뜨끈한 온돌로 말야!"

그 남자는 설마하며 룸싸롱 앞에서 기다린다. 아니나다를까, 자기가 생각했던 그 순결한 여자가 가발을 쓰고 나오는게 아닌가. 남자는 너무나 커다란 배신감과 실망에 여자의 뺨을 때렸고 넘어지는 여자 주위에 날리는 신문 스크랩과 취재수첩을 보고 그녀가 잠복취재했음을 알고 미안해하지만 여자는 자기를 못믿고 더러운 여자로 생각한 남자에게 이젠 마음이 떠났따며 가버린다.


#6. STORY - 이별

남자는 김기자를 만나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 한다. 가족이 모두 길바닥으로 내몰던지, 또 하나는 다시는 나타나지말라는. 김기자의 오빠가 예전에 자금유통을 위해 남자에게 도움을 받은 사실이 있기에 가능한 협박이었다. 여자는 남자의 뺨을 때렸고 남자도 여자의뺨을 때린다. 이에 김기자는 눈물을 흘리며 한을 품고 말한다.

"그래... 내가 잘 모르고 너에게 그런 얘길 해서 미안하다. 웨이터한테 물어보니까 들어온지 며칠안된 여자라고 하길래 말한것 뿐야. 그래, 내가 가족을 위해서라도 다시는 니앞에 안나타날테니까 한번 잘해봐. 그래 그 하얀 커텐같은 여자랑 잘 해보라구. 하얀게 더러워지나 안더러워지나 함 보게!"


#7. STORY - 재회

남자는 순결한 여자를 찾아간다. 그리고 여자에게 자기의 오해에 대한 잘못을 빈다. 하지만 여자는 남자에게 말한다.

"다음번에 이상형을 만나면, 마음으로 믿어봐요...."

절망에 휩싸인 남자는 발걸음을 돌리고 여자는 그 남자 연민의 눈으로 바라본다.


#8. 몇년 후

남자의 방. 벽에는 순결한 여자와의 결혼사진이 걸려있고 남자는 자고있다. 아침 햇살이 비칠경, 배가 부른 여자가 남자를 깨운다.

"이제 일어나야죠..."

행복한 표정의 남자는 여자의 품에 안기며 아침을 맞는다.


#9. 대학교 '드라마 작가(중급)' 강의 현장

오랜만에 대학교수인 형을 만나기 위해 형이 강의하는 강의실을 찾은 남자는 우연히 밖에서 형의 강의내용을 듣는다.

"100마디 대사보다 한가지 행동이 캐릭터 생성에 더욱 도움을 준다. 가령 너무나 착한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지하철 안에서 아이스크림을 흘리며 먹는 아이에게 손수건으로 닦아주는행동, 이것은 아무리 그 사람이 악랄한 살인범일지라도 본성은 착하다는것을 시청자에게 각인시켜준다. 드라마에서는 대사가 거짓일 경우가 많다. 물론 대사는 중요하며, 그 인물의 캐릭터를 생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대사가 그 인물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역설적 표현이나 거짓의 표현일 경우 더욱 뚜렷한 이미지를 생성한다. 예를들어 유능한 살업가만 골라서 만나지만 항상 사업에 실패하는 사람만 만나는 여자. 그 여자는 호텔커피숍에서 애인에게 결혼전까지는 순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 뒷 테이블에 앉은 남녀의 대화를 듣게되는데 남자는 유능한 재벌이며, 형은 대학교수를 하며..."

"여기서 여자는 그 남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기자자격증을 위조하고 그 남자에게 인터뷰를 신청한다. 물론 매우 청순한 차림을 하고서말이지. 또한 드라마는 제 3자의 대사를 빌림으로서 시청자들에게 더욱 더 그 캐릭터를 심어줄 수 있다. 예를들어...여자는 항상 남자가 자기에게 관심을 갖고 따라다니는 걸 알지만 모른척하며 일부러 그 남자가 기부하고있는 성당을 찾아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수녀님들에게 천사아가씨라는 별명을 얻는다. 이 남자는 제3자인 수녀들에게 이 여자가 천사아가씨라는 말을 듣고서 그녀에게 더욱 호감을 가질 수 있는것이다."

"그리고 드라마는 인물의 행동에 의해 심리적상황을 표현한다. 예를들어 남자에게 생일선물로 넥타이를 선물하고 차에서 내릴때 일부러 가계부수첩을 떨어뜨리고 내리는 것, 나중에 이 남자가 그것을 보고 더욱 여자에게 호감을 가질 것을 미리 계산한 행동이 바로 그것이다."

"100마디 말보다는 회심의 미소가 의미를 더욱 부각시킨다. 지하철에서 뻔히 남자가 보고 있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척 어린아이의 입가를 닦아주며 토닥이는, 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회심의 미소를 짓는 행동...그리고 성당에서 남자가 울면서 과거를 얘기할때 남자를 감싸안아주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 그런 행동들에서 볼 수 있다."

"꼭 기억하세요, 대사는 거짓이라는 것을."

남자는 흠칫한다. 그럼 이여자는 뭔가. 자기가 사랑했던 순결하다고 생각한 이 여자는 뭔가. 지금 형이 강의하는 내용과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었나. 다만 나는 눈에보이는 것만 믿었을 뿐. 남자는 혼란스럽다. 자기가 알고있던 그 청순하고 순결한 여자와 예전에 룸싸롱에서 봤던 싸게보이는 가발쓴 순결한 여자가 교차하며, 갑자기 옛 애인이었던 김기자의 말이 생각난다.

"싱글 침대를 쓰는 여자는 정숙하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 침대 밑에는 더블침대보다 훨씬 넓은 방바닥이 있다는 걸 기억해둬. 그것도 아주 뜨끈뜨끈한 온돌로 말야!"


#10. 순결한 그녀

남자의 신혼방. 이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순결한 여자가 누워있다. 그것도 침대를 놔두고 따뜻한 온돌방바닥에. 그리고 대학시절 '드라마 작가(중급)' 강의시간에 필기해뒀던 노란 노트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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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한 그녀 :: 2009. 5. 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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