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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AS

하숙생



일년에 한두번 만나는 부모님, 이번에 나를 만나고 하시는 말씀이 

"너는 옷이 하나밖에 없니? 만날때마다 똑같은 셔츠에 똑같은 코트구나." 

아 그랬었나. 집에 있는 옷장을 열어보니 옷이 한가득있는데. 오래된 서랍 차곡차곡 쌓인 먼지들처럼 10년도 넘은 옷들이 버려지지 않은 채 차곡차곡 쌓어서 한가득이로구나. 뭐 내 나이에 옷을 멋지게 입고 그래도 얼굴에 주름 덜할 나이에 꾸미는것이 맞다고들 하지만 나는 상관없다. 일단 내 자신을 꾸미는 일보다 다른 사람을 멋지고 예쁘게 표현해주는것에만 신경을 쓰고 매일매일 생각에 새로운 옷을 입히다 보니 몸뚱아리를 포장하는데에 소홀하게 되더라. 남들은 두 가지 일 한번에 잘만 하던데, 멀티태스킹 기능이 전혀 탑재되어 있지 않은 나의 뇌구조상. 

그래도 나는 하루하루가 새롭고 설레인다. 비록 3년전과 같은 옷을 입었더라도 내 생각은 3년 이상으로 앞서고 있고 내가 바라보는 것은 항상 다르게 나에게 다가오기에. 나이 조금 더 들어서 옷잘입는 멋진 아빠로 늙어가지뭐. 아, 그때쯤이면 내 생각은 어디서 어떤 계단을 밟아가고 있을까.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웃음 주고 있을까. 그때도 지금과 같은 무한한 자신감으로 나를 꽉 붙들고 있을까. 

멈추지 않는 꿈의 계단을 오늘도 하나씩 밟아본다. 비록 어제와 같은 옷차림이지만 꿈을 향해 라면과 단무지를 먹으며 달려가는 고독한 하숙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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