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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인이어폰을 느끼다. Sennheiser IE800



어렸을 적부터 음악을 너무나 사랑했고,

20대에 들어서서는 밴드생활도 나름 오랫동안 했었고,

한때는 드러머로 진로를 결정 할 뻔 했었던,

그래서 아직도 나는 음악에 참 미련이 많다.

지금은 사진가가 되어 음악이란 이제는 평생의 깊은 취미가 되어 버렸지만...


성격이 관심있는 분야에 있어서는 굉장히 민감하고 깐깐한지라,

취미생활인 음악도 덕분에 지갑이 뚱뚱할 겨를이 없었다.

얼리아답터 기질도 강하고 충동적인 그 어떤 feel이 닥쳐오면 바로 질러버리는.


그래서 나를 거쳐갔던 디바이스와 리시버도 참 많았다.

지갑은 점점 얇아져만 가고...


대표적으로 디바이스의 경우 국내에서 생산되는 코원과 아이리버부터

삼성, LG, 소니, 필립스 등등.

한 때는 음장과 EQ에 관심이 많아서 위의 제품들을 좋아했었다.

나만의 스타일로 음악을 듣겠다는 그 뭐 어떤 개똥철학;;


저 중에는 필립스가 고기어 씨리즈가 가장 좋았다.

의외였다. 다리미, 전동칫솔이나 생산하는 줄 알았던 필립스가.

mp3를 재생함에 있어서는 그나마 가장 CD스러운 음질을 들려주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론은 지금은 아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

64기가의 용량이 부족해서 늘 투덜대지만,

가장 기본에 충실한 디바이스인 건 분명한 것 같다.

물론 요즘 아이리버에서 밀고 있는 고가의 아스텔앤컨이 최고일지는 모르지만.

나는 mp3(320k)만 들으므로. 패스. 


음장, EQ에 질려버렸다.

참으로 신기하다. 사진도 마찬가지지만 처음에는 이펙트가 많이 들어간 화려한 사진이 참 좋아보였다. 포토샵 떡칠인.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리지날이 좋아진다. 그 순수함이 좋달까.

음악도 마찬가지가 되버렸다. 프로듀서가 의도한 그대로 듣는 게 좋아졌다. 

아이폰(아이팟)은 그런 면에 있어서는 충실해서 너무 만족스럽다.


리시버의 경우 정말 많은 제품을 사용해보았다.

오래 전 소니 888부터 시작해서 최근 Shure SE535 LTD까지.

역시 리시버의 경우 비싸면 비싼 값은 한다.

아, 가끔은 하극상도 발생하는구나아.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뿐.


듣는 음악 장르가 하드한 Rock에 국한되어 있다가(그놈의 밴드생활로 인한)

몇 년 전부터 장르의 폭이 대폭 넓어졌다. 

요즘은 재즈와 클래식, 대편성 음악들이 좋아진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그래서 예민하고 민감해진 귀에 부응하는 이어리시버가 필요했다.

그래서 하나 둘 씩 이어리시버에 대해 알아가면서,

사진가의 모니터처럼 이어리시버의 세계도 작은 차이로 커다란 가격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 사용한 Shure SE535 LTD는 70만원에 구입했었다.

그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하고서도 첫 청음의 기억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래, 슈어제품은 보컬위주의 리시버라 치더라도 이건 70만원짜리 값어치를 못하는 건 분명했다.

오히려 나는 답답한 소리와 좁은 공간을 들려주는 Shure SE535 LTD보다

그 전 모델인 Shure SE530이 훨씬 좋았다. 그 단단한 저음의 타격감과 그나마 조금 넓게 느껴지는 공간감 때문에.


나의 귀는 어느새 더 넓은공간감과 해상력에 목말라 있었던 것 같다.

10만원짜리 이어폰을 쓰며 진짜 좋다고 짱이라고 했던 때가 언제였던가.


그러던 찰나,

몇 일 전 젠하이저사에서 IE80 후속모델로 플래그쉽 인 이어 모델인 IE800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젠하이저는 사실 헤드폰에 관심이 있었던 회사라 별로 후보에 생각하지 않았는데,

IE80보다도 훨씬 좋은 성능을 선사할것이라는 프리뷰에 그 진실이 너무나 궁금했다.

국내에는 아직 리뷰가 거의 없는 관계로 구글링을 통해 해외블로거들의 찬사를 보며 나의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어 갔다.


결국,

119만원이나 하는 IE800의 얼리어댑터가 되기로 했다.

총알의 압박으로 물론 가지고 있던 SE530, SE535LTD는 아쉬운 마음으로 빠빠이.

국내에 지금 들어 온 물품이 20대 밖에 되지 않았다는데, 

혹시나 하고 국제미디에 연락해 재고가 있다는 말에 바로 결제때리고 퀵서비스로 배송시켰다.

하루라도 빨리 IE800과 만나고 싶은 마음에.


빨리와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2012년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 IE800이여!


 



폭설이 내리던 어제, 따끈따끈한 IE800을 자동차 퀵으로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

반갑다 녀석, 넌 어떤 소리를 가졌니?





박스는 심플했다.

침묵하는 챔피언 처럼.

더욱더 기대가 된다. 





박스 뒷면에는 이렇게 제품보증서가 있다.

IE800은 HD800 시리즈와 마찬가지고 한정생산 모델이라고 한다.

그래서 저렇게 제품번호까지 붙는다.

역시 120만원에 육박하는 총알압박을 저리 위로하는 것일까.





떨리는 마음으로,

첫사랑의 기분일까, 조심스럽게 박스를 개봉해 본다.

맨 처음 만나는 워런티 관련 안내.

구입한 날로부터 2년 보장된다.




워런티 안내 종이를 들어내니 드디어 나타나는 IE800의 모습.

가죽 캐링 케이스도 함께 보인다. 

역시 돈이 좋긴 좋쿠나하!





아, 저 멋진 젠하이저사의 마크를 보라!





그 위에 자리잡고 있는 IE800 의 모습. 

반갑다 친구야!





위에서 바라본 모습.

단단해 보이는 녀석이다. 마음에 든다.





가죽케이스를 들어내니 나타나는 케이블과 이어피스, 그리고 맨 아래 귀지 제거기.

심플하면서도 뭔가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긴다.





이어피스를 자세히 볼까.

사이즈별로 있고, 디폴트로 M사이즈가 장착되어 있다.

귓구멍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정원형, 타원형, 사이즈를 S, M, L로 조절하여 장착할 수 있다.





케이블이 있는 곳에 설명서가 안쪽에 있다는 메시지가 있다.

오, 저거 없었으면 불친절한 IE800이라고 할 뻔.





이어피스와 케이블이 있는 쿠션을 들어내니 보물찾기 하듯 숨어있는 IE800의 메뉴얼.

사실 메뉴얼은 퀵 가이드로(아이폰의 그것처럼) 보지 않고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그래도 한 번은 펼쳐 봐 주는 센스!





함께 제공되는 가죽 캐링 케이스의 모습.

크기 비교를 위해 손에 올려놓고 촬영했다.

비록 인공가죽이지만 그 위용이 아름답다.

케이블의 컨셉에 맞추기라도 한 듯 저 촘촘히 박힌 녹색 스티치의 센스!!





볼수록 고급스럽다.

그리고 상당히 실용적이라는 것을 다음 사진들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죽 케이스를 오픈한 모습. 

좌측에는 나 IE800이야! 라고 하듯 이름표가 당당히 붙어있고,

오른쪽에는 IE800과 귀지제거기를 보관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IE800의 이름표.

캬, 한정판에 걸맞게 시리얼 넘버도 이렇게 있구나,

맨 아래 독일제라는 자부심의 표식과 함께.

재질은 브러쉬드 스틸이며 고급스러운 신사의 품격을 더욱 빛내준다.

오, 이 디테일의 힘이여!




가죽케이스의 오른쪽 옆면을 보면 이렇게 케이블단자를 끼울 수 있는 구멍이 세 개 뚫려 있다.

이것은 나중에 IE800을 사용한 후 보관 할때, 

케이블을 감은 후 정확히 저 위치에 꽂히게 된다. 

정말 빈틈없는 디테일,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실제 IE800를 장착해 본 모습.

매우 안정되 보인다. 





아까의 그 구멍으로 정확히 단자가 꽂히게 설계되어 있다.

정말 최고다. 





그럼 오늘의 주인공인 IE800를 자세히 볼까.

일단 케이블은 저렇게 구성되어 있다.





극한의 하이엔드 모델이지만,

상당히 컴팩트한 사이즈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거지. 바로 이럴 때를 말하는거겠지.

실제 무게도 8g밖에 되지 않아 실제로 음악을 3시간 이상 들어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본체 하우징은 세라믹 소재. 주의사항을 보니 심한 충격이 가해지면 깨질 수도 있다고 하나, 무척 단단하고 견고해 보인다.


케이블의 재질은 케블라 소재.

케블라는 미국 듀폰이 개발한 파라계 방향족 폴리아마이드 섬유로 황산용액에서 액정방사한 고강력섬유이다. 

강도·탄성·진동흡수력 등이 뛰어나 진동흡수장치나 보강재·방탄재 등으로 사용된다. 

인장강도가 높아 쉽게 끊어지지 않고, 열에 의한 수축률도 적다. 

벤젠 등에 의해 쉽게 녹지 않는 내화학성 물질이며, 전기절연성·내화성 등의 성질이 있다.

단, 물에 젖으면 강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별도의 방수처리가 필요하다.

비오는 날에 주의해야 할 듯하다.


처음 접했을 때는 슈어 SE530의 느낌이 그것과 비슷한 듯 했으나 좀 더 유연하고 부드럽다.

벤젠 등에 쉽게 녹지는 않는다고 하나 그래도 오래 사람 손을 타서 핸드오일이 축적되면 케이블 경화 우려가 조금은 있는 듯 하다.

특히 물에 젖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듯 하다. 별도의 방수처리를 했다면 모를까, 케블라 소재가 물에는 쥐약이기에...

따라서 오너의 관심이 더욱 필요한 녀석인 것 같다.





연장케이블에 연결하기 직전의 모습.

IE800은 일반 3.5파이 스테레오 단자가 아닌 미니 스테레오 단자(2.5파이)이다.

그래서 제공되는 연장케이블에 끼우면 드디어 일반 3.5파이 스테레오 단자의 이용이 가능하다.

두 단자의 크기를 비교해 보시길.





연장케이블에 체결된 모습.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빈틈없는 녀석.

훗날 아이폰용 리모트컨트롤 케이블도 출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뭐, 없어도 그만. 허허허.





IE800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덕트구조.

일반 스피커처럼 2개의 덕트로 설계되어 공기의 흐름을 담당한다.

이것은 HD700에 채용된 Vented Magnet System으로 강력하고 단단한 저역재생을 이루어낸다.

실제 청음해보면 베이스의 뭉개짐이 없고 단단하면서 육중하게 뇌를 강타하는 느낌이 든다. 

정말 놀랍다. 어떻게 저 사이즈에서...

 

궁금증과 호기심에 듣는 도중 손가락으로 살짝 저 두개의 구멍을 막아보았다.

저음의 육중함이 사라진다. 그리고 풍부했던 사운드가 답답함으로 바뀐다.

괜히 있는게 아니군. 허허허.


하단에는 리시버의 좌, 우가 표시되어 있다.





세라믹 하우징. 

정말 작아서 장착하기도 수월하다. 

사실 디자인때문에 종종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임플란트 모양이라고...ㅋ(그래서 가격도 임플란트와 비슷한건지..;;;)


하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만족할만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이 그렇게 어글리 하지 않은 이상, 기능성 때문에 생긴 디자인이라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또, 개인적으로 컴팩트하고 가벼운 리시버를 원해서 내 기준에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유닛은 7mm사이즈의 다이내믹 유닛을 채택했다.

XWB(Extra Wide Band)라 불리우는 유닛을 사용하여 음의 왜곡을 없애고 공간감 있는 높은 음압의 사운드를 구현한다고 한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밸런스드 아마추어 드라이버(BA)에 나는 솔직히 조금은 실망을 하고 있었는데,

젠하이저의 IE800의 XWB은 자기가 모범답안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이어피스를 탈거한 모습.

이어피스에도 망사가 있고, 

유닛에도 망사가 있어 실제로는 이중망사의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로인해 귀지 등 이물질의 유입을 최소화 한다고 한다.

참 야무지게도 생겼다 짜슥.


IE800의 스펙을 간단히 살펴보면,


넓은 대역폭 재생을 위한 다이내믹, 선형 드라이버(XWB)

소음 감쇠를 위한 이중의 흡수장치(D2CA) : 특허출원중

재생 가능 주파수 대역 5Hz - 46,400Hz,

임피던스 16옴,

무게 8g

케이블 길이 1.2m


착용감


결론부터 말하면 좋다. 이것또한 나띵베터다.

일단 가볍고 컴팩트한 사이즈 덕분에 귀에 꽂고 몇시간을 있어도 전혀 부담스럽거나 거슬리지 않다.

이어피스(팁)는 너무 꽉 끼지 않게 적당히 편안하게 착용하면 된다.

너무 꽉 끼게 되면 귀가 불편할 뿐 아니라 고역대 사운드가 답답해진다. 그리고 공간감마저 좁아지게 된다.

귀 뒤로 넘겨서 착용이 가능하냐는 질문이 있는데,

이 제품은 귀 뒤로 넘겨서 착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억지로 시도해 보았으나 케이블의 길이가 짧다.(Y자로 갈라지는 케이블의 길이가 짧아서 거의 불가능하다)


차음성


혹자는 IE800의 차음성이 실망스럽다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수한 편이다.


음질


실제로 청음을 하고는 난 그 자리게 멈춰 잠시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내 입은 반쯤 벌어져 있었고,

지금껏 태어나서 들어본 이어리시버 중 단연 톱이라고 해도 절대 아깝지가 않다는 생각뿐이었다.

결국 조그맣게 내 입에서 나온 한 마디,


"짱이다..."


나는 리시버를 청음 할 때 가장 실력있는 프로듀서의 노래를 우선 들어본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마이클 잭슨,

마이클 잭슨은 매 앨범 작업 때 마다 최고의 세션과 최고의 장비로 최상의 퀄리티를 이끌어낸다.


그리고 음의 분리와 공간감을 테스트 해 보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Keith Jarrett의 재즈음반을 들어본다. 

특히 2011년 발매된 앨범의 첫번째 트랙인 Ratation을 들어보면 

얼마나 해상력이 있는지, 얼마나 넓은 공간을 구현하는지 비교하기가 쉽다.


그리고 내가 자주 들었던 Rock, 

Rock에서는 최고의세션과 프로듀싱을 맛 볼 수 있는 Dream Theater 음반을 들어본다.

특히 마이크 포트노이(이제는 마이크맨지니로 바뀌었지만...ㅠ.ㅠ)의 화려하다 못해 지나친듯한(?) 드럼세팅을 들어보면 

타악기에서의 IE800의 성능을 짐작 할 수 있다. 


뭐 내가 전문 리시버 리뷰어도 아니고,

그래도 막귀는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그냥 내 생각대로 써 본다.

디바이스는 기본에 충실한 내사랑 아이폰 4S.


일단, 음의 해상력은 이어리시버에서 이보다 더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mp3 320k의 음으로 들었을 때 기존의 SE535 LTD과 비교를 해봐도 (뭐 가격차이가 두 배 가까이 나지만서도) 게임이 안되었다.

마치 CD로 듣는 느낌, 더 나아가 LP판으로 듣는 듯한 관용있는 해상력을 보여주었다.

답답한 느낌이 전혀 없는(SE535 LTD에서는 답답함을 느꼈던 부분 마저도), 시원하게 뚫린 음이 뇌를 강타했고, 

강타 후의 그 잔향감도 너무 포근했다. 저절로 눈을 감게 된다.

특히 대편성 곡을 들으면 그 해상력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모든것을 포용한다. 작은 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들려준다.

통기타 연주하는 사람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해상력이 너무 뛰어난 나머지 가끔은 프로듀서가 간과한 실수도 들을 수 있다. 허허허.


탄탄하고 단단한 저역대 음을 경험 할 수 있다.

베이스의 뭉개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저음비트 후 잔잔히 퍼지는 잔향감이 기분좋다.

베이스드럼의 묵직히 찌르는 타격감이 심장을 자극한다.

그렇다고 저음의 양감이 적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투박한 저역대를 참 싫어하는데, 

IE800에서는 그런 불만을 말 할 필요가 없다.


중역대는 풍부하다.

개인적으로 중역대와 고역대를 제대로 살린 리시버를 선호하는데,

IE800은 그런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사실 음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중역대에 매우 충실하며 

이로 인한 프로듀서의 의도에 한 층 다가갈 수 있다.

중역대에서의 음의 분리도 역시 환상적이다.


고역대의 경우 치찰음의 허용치를 넘지 않으면서 시원하게 재생시켜준다.

가느다란 현의 떨림도 느낄 수 있고, 

특히 드럼의 브러쉬 플레이의 경우 고역대가 그 질감을 더욱 배가시켜준다.

고역대가 답답할 경우 오래 들으면 코까지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보컬의 고역대도 시원하게 구현해 주어 가끔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음의 공간감 역시 넓다. 두말할 필요 없다.

좌우로의 공간감은 물론, 앞뒤로 넓은 공간감을 맛 볼 수 있다. 

눈을 감고 들으면 저기서 누가 무엇을 연주하고, 저기서 누가 노래를 부르는 지 짐작 가능하다.

보컬이 너무 앞으로 나와있는 (그래서 보컬 모니터로 쓰겠지만) 슈어 SE535 LTD를 듣다가 IE800을 들으면 

아, 할것이다. 


젠하이저의 IE800은 2012년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에 걸맞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바로 음악을 만든 프로듀서의 의도를 그대로 구현하여 전해주는,

mp3의 제작과정에서 손실된 음을 회복시켜주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기본에 충실한, 하지만 음악듣는 재미를 느끼게 해 주는 XWB의 다이내믹함까지.

사실 내 귀로는 단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런 제품의 상용화가 시작되면서 프로듀서의 역량까지도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다.


안드로메다까지 가버린 가격의 AKG사의 K3003(대편성에서도 만족스러울만큼 너무좋은 이어리시버이지만 장르를 많이 타는 습성, 약간 아쉬운 고역대)보다도, 

오디오테크니카의 야심작 CK100PRO(3개월 소유, 피곤한 고역대, 실종된 저역대때문 방출.)보다도,

Sennheiser IE800이 나의 취향에 딱 맞았다.


그. 런. 데.


사실 100만원을 훌쩍 넘어버리는 이어리시버들의 경우,

유수의 회사들이 내 놓은 플래그쉽 모델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걸 연구하고 개발한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내로라 하는 사람들일텐데,

그런 그들의 작품을 개인의 취향 하나로 평가(?) 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웃긴 상황일 수도 있다.

나라는 개인이 전문가 중에 전문가인 그들보다 뛰어날 리 없으니.


따. 라. 서.


각 회사의 플래그쉽 모델의 경우(꼭 그렇지 않더라도)

이어리시버나 헤드폰의 경우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에 맞추어 선택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리뷰로 저음이 어떻고 고음이 어떻다고 해도,

결국 구매하여 청음하는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조금씩 귀의 구조가 다르고, 

그래서 같은 음도 받아들이기 나름,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한 듣는 음악의 장르의 차이도 분명할 테고. 분명 장르를 타는 이어리시버도 존재하기에.

그냥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지극히 주관적인 한 개인의 사용기는

단지 참고만 할 뿐, 선택의 길라잡이로는 무리라는 점을 분명히 말해두고 싶다.

(그래서 참 이런 주관적인 사용기 작성은 언제나 조심스럽다 -.-;)


그. 리. 고.


무슨 이어폰에 120만원이나 들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내 주위엔 많은 관계로)

Sennheiser IE800은 그 이상의 값어치를 한다.

맛있는 음식, 맑은 공기, 맑은 물, 좋은 촉감의 이불, 아름다운 그림에 돈을 아끼지 않듯,

귀로 듣는 좋은 소리야말로 삶을 더욱 풍요롭고 힐링을 해주는 요소가 아닐까.


mp3로 음악을 들으면서 mp3 포멧에 손실, 왜곡되버린 프로듀서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자,

음장, EQ의 조미료에 질려버린 자, 담백하면서 영양가득한 음악을 듣고 싶은 자,

대편성, 클래식, 재즈를 너무 사랑하는 자,

최고음질의 이어폰을 경험하고 싶은 자,

하루 3시간 이상 음악을 즐기는 자,

음악으로 힐링하려는 자,


그들에게 강력하면서도 조심스럽게(가격때문에..;;) 추천해본다.

물론, 들을 때 음장, EQ는 꺼두자.


혹시나 젠하이저 IE800의 구입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여-


끝.



* Written, Photograghed by ESKEY

Sony NEX-5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