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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MPTON

Brompton diary #1. 나만의 브롬톤 구성하기

20130125

 

1999년,

밴드생활도 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대학신입생이었던 나는 당시 몸무게가 63kg이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야식을 즐겨도 살이 찌지 않았고, 시중에 나오는 모든 옷 중에 사이즈가 안맞아서 구입을 포기한 적은 없었다.

 

2002년,

월드컵 때라 정확히 기억난다. 나의 몸무게 76kg.

정말 태어나 처음으로 찍었던 숫자이기에 심히 놀랬고, 만나는 사람마다 왜이렇게 살쪘어 라고 말했었다.

아,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 당시에 사귀었던 누나가 너무 맛있는 걸 많이 챙겨줬던 것 같다.

충격을 받고, 친구와 함께 매일같이 탁구를 쳤다. 10분만 쳐도 미칠듯이 비오듯 쏟아졌던 땀, 월드컵 즈음의 날씨는 정말 더웠다.

한 달 쯤 플레이 하고 몸무게를 쟀더니 70kg. 휴우, 이정도면 뭐. 똭이지. 훗.

 

2003년,

공익근무를 마치고 마음맞는 고딩때 친구들과 유럽 배낭여행을 54일간 떠났다.

유럽의 음식도 충분히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지만 돈없는 대학생들이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숙소에서 차려주는 밥을 배가 찢어질 정도로 먹어두는 것과 나가서 먹는 간단한 빵조각과 쿠키, 그리고 우유.

숙소에서 주는 밥을 너무 먹었던 걸까, 여행이 끝나고의 내 몸무게는 73kg.

 

2004년,

복학을 하고 정말 열심히도 수업을 들었다.

전용욱 교수님의 '경영전략'이라는 수업을 한 학기동안 듣고는 공부에 지쳐버렸다. 비록 A를 받기는 했으나,

매주 몇십페이지나 되는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 케이스를 번역하여 솔루션을 내야 했던 그 시간들이 얻은것도 많았으나 스트레스도 많이 얻었나보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아니 지금 와 생각해봐도 그건 정말 다신 못할 것 같다 ㅜ.ㅜ

두 학기를 다니고는 다이어트도 안했는데 71kg으로 줄어있었고, 다시 휴학을 해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2005년,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인도로 향했다. 28일간의 여정.

인도는 종교에 따라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지 못한다. 그래서 먹을 수 있는 고기는 닭고기였지만 그마저도 드문드문이었다.

거의 채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28일. 한국가자마자 삼겹살을 실컷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내다보니,

그리고 여행가면 거의 하루 종일 걸어다니는 습관 때문에 귀국 후 나의 몸무게는 64kg.

 

이때부터 나의 몸무게는 시나브로 1년에 2-3kg은 꾸준하게 늘었다.

으앜!!!!!!!!!!!! 말하기도 싫다. 만나는 사람마다 살이 쪘다고,  그 말을 인사처럼 들었다. 8년이 지난 지금, 나의 몸무게는 82kg.

이게 무슨.. 에잇, 그나마 이것도 85kg을 찍고 그 충격으로 한 달 동안 일주일에 두세번씩 빠른걸음으로 10-15km씩 걸어서 얻은 결과.

살이 찌기는 쉬운데 나이가 들수록 빼기가 참 어렵다. 소싯적에는 살이 어떻게 찔 수 있을까 했었는데.

 

나는 운동을 별로 안 좋아라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운동에 재미를 잘 못 붙이는 편이다. 그저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혼자 조용히 있는 것을 좋아해서,

사실 밖에 잘 나가지도 않는다 -.-;

정말 운동에 재미를 붙이고 싶어서 별 아이디어를 다 내어보고 실행해 보지만 작심삼일이었다.

 

그러다가,

 

2007년에 스튜디오에서 근무할 시절,

형들과 함께 자전거 타는 것을 즐겼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논현동을 출발하여 은평구까지 가기도 했었고, 한강은 뭐 취미로 수없이 나갔었다.

이때 참 행복했었던 기억이 나서, 자전거에 제대로 입문 해볼까 하는 생각을 근래들어 계속 하게 되었다.

 

나라는 인간,

한 번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파고든다. 맨 처음 사진을 시작했을 때 처럼, 하루 종일 인터넷만 뒤졌다. 무엇을 하고자 할 때는 제대로 알고나 시작해야한다는 나의 신조에 따라. 자전거도 막상 파다보니 무궁무진한 신세계가 열린다 +.+ 뜨아

 

일단 나는 접었다 펼 수 있는 자전거여야 했다. 미니벨로.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도 좋지만 햇살 좋은 날, 고속버스나 차를 타고 지방에서 타는 자전거 여행,

그 때 접어서 사알짝 트렁크나 짐칸에 넣기 쉽기 때문이다.

음~ 생각만 해도 너무 낭만적이야~♡ 하앜하앜

 

그래서 2007년에 형들과 타던 자전거 모델이 '다혼'이라는 회사의 모델이었고,

그 중 가장 좋았던 자전거가 다혼 TT라는 모델이었다.

 

 

 

 

다혼 TT의 모습. 내장기어 3단 x 외장기어 9단 총 27단의 자전거로 무게는 10.5kg. 20인치의 휠.

 

 

 

 

폴딩한 다혼 TT의 모습. 컴팩트하다.

 

TT를 빌려 타본 기억으로는, 2007년 당시 140만원 정도 했던, 나에게는 엄청 사치로만 보였던 첫인상과는 달리,

이래서 비싼 자전거를 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페달을 밟는대로 쭉쭉 나가주었고, 오르막길에도 비교적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여 이 자전거로 어디든 다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라는 인간,

한 번 맛들이기 시작하면 끝을 보는 인간이라,

분명 처음에 입문용 저렴이 자전거를 샀다가는 금방 뽐뿌가 와서 업그레이드가 시작되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나에게 초보인데 카메라 뭐 사면 좋아요? 라고 물어보는 숱한 사람들에게 이 질문부터 던진다.

 

"예산이 얼마죠? 응?"

 

총알이 충분하면 걍 쏘세요 이런다 나는.

초보가 플래그쉽 카메라 쓴다고 해서 카메라가 더 낡아버리는 것도 아니고,

예산만 충분하다면야 그 카메라에 수준을 맞추어 가면 되는 것 아닌가. 더 이상의 뽐뿌도 안 올 테고.

오래쓰는거다. 오히려 나는 그게 훨씬 비용이 절감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라는 인간에 있어서는.

 

앜 그래도 입문자가 1DX를 쓴다면 배아퐈!!!!!!!!!!!!!!!!!!!!!!!!!!!!!!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큰거 빵빵 터뜨리기 위해서는 밤낮 구별않고 열심히 일할 수 밖에. 응?-.-;

 

아무튼 삼천포에서 유턴해서 다시 본론으로.

처음부터 좋은 자전거를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검색해본 다혼 TT는 이미 단종된 지 오래이고, 그 후속작으로 나왔던 다혼 벡터 x27h마저도 작년말로 단종이 되었다.

 

 

 

 

다혼 벡터 x27h의 모습. 디자인적으로도 TT보다 세련되어졌다. 저 곡선의 프레임. 음.

 

 

벡터는 200만원대 초반이었지만 다혼 30주년 기념으로 30%할인하여 150만원대에 팔렸었었었었다-.-;

아마 재고가 있었다면 아마 내 수중에 지금 이게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결론적으로 말하면 재고가 없었던 것이 너무 행운이었던(응?-.-)거지뭐.

 

그렇게 주구장창 다혼 모델만 열심히 보다가,

다혼의 자회사(라기에는 뭔가. 음. 다혼 개발진들이 나와서 차린 회사정도) 턴바이크라는 브랜드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신생회사인만큼 디자인도 좀 더 산뜻?했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거의 다혼과 흡사했다.

 

그런데 다혼이나 턴바이크 자전거의 고질적인 단점이,

바로 폴딩이었다. 폴딩 자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고, 폴딩하는 부분이 주행시 찌걱찌걱 노이즈가 발생하여 사람 미치게 만든다고 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폴딩이 잦아지면 프레임이 틀어진다는 후기, 그리고 아주 드문일이지만 프레임 자체가 부러진 사진도 보았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사진 나갑니다요~ 처참히 부러진 저...저 다X. 자전거 타다가 저렇게 부러지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물론 위와 같은 사진의 일은 거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내가 브롬톤을 사야 하는 합리성을 찾기에는 아무 좋은 예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어떤 무엇.

 

접이식 미니벨로를 열심히 알아보다 보니,

결국 너네들은 브롬톤으로 갈그햐 라고 외치는 분들이 많았고,

말로만 들었던 브롬톤이 너 뭔데? 라는 심보로 이스키표 심층 검색 들어갔다.

 

브롬톤, 브롬튼, 뭐 발음하기 편한 쪽으로 걍. 브롬톤.

자전거 중 명품 자전거라 불리우는 브랜드로 영국의 장인들의 수작업을 통해 생산되는 접이식 미니벨로.

앤드류 리치(Andrew Ritchie)라는 사람이 1976-1977년 처음으로 개발했고,

폴딩미니벨로의 끝판왕이라 불리울 정도의 컴팩트하고 완벽한 폴딩과 영국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는 디자인으로

가공할 만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브랜드.

 

여기까지 좋아.

좀 더 심층적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단점부터 보자.

하는 심보로 또 검색 또 검색.

 

단점은 비싼 가격과 브롬톤에는 브롬톤만의 부품을 사용해야 하므로 다른 일반 자전거 부품과 호환성이 떨어져 부품을 공수해야하는...블라블라. BB5에 전화해보니 부품공수에 대한 걱정은 하지말라는. 그렇다면 넌 가격이나 걱정하라는? 으흐흨

 

 

 

브롬톤 자전거의 모습. 브롬톤의 최대 장점은 사용자의 입맛에 맞게 모든 부품들을 조합 할 수 있다는 개성에 있다.

 

 

아, 저 살짝 굽어있는 프레임, 그리고 M바. 으흐흐, 완전 사랑스럽게 생겼구나,

저기에 원하는 대로 (총알만 가득하면) 개성을 살려 부품들을 조합, 나만의 브롬톤을 만들수 있다.

오 완전 이거 내가 원하던 거야. 키키키.

 

 

 

 

저 기가막히고 화려하고 수려하고 수수하고 상징적인 다양한 색상들을 보라!

 

 

브롬톤 자전거의 특징은 사용자가 다양한 컬러를 선택할 수 있고, 기어나 머드가드, 짐받이 등 원하는 부품을 마음대로 조합하여 주문할 수 있는 방식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주문 후 3개월이 지난 후에야 영국에서 쉬핑되어 오는 브롬톤을 만날 수 있지만. 운이 좋으면 샵에 입고된 브롬톤을 빠른 시간내로 만나볼 수도 있다.

 

앜!!!!!!!!!!!!!!!!! 너무너무 이뻐!!!!!!!!!!!!!!!!!!! 으앜!!!!!!!!!!!!!!!!!!!!!!

 

 

 

브롬톤 자전거 폴딩순서. 진짜 컴팩트하게 접힌다. 폴딩에 있어서는 정말 끝판왕!

 

 

이미 마음은 브롬톤으로 기울었다.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나. 벌써부터 부품들 조합에 머리를 쓰고 있는 나를 발견.

정말 여러 블로그와 웹페이지 검색등을 통해 어떤 부품들을 조합할 지 3일동안 공부한 후 BB5에 들러서 시승까지 해보았다.

나 이제 정말 사야함. 은행잔고 바닥을 칠 기세로!

하지만 나의 건강을 위해! (합리화의 대가랄까 ㅋㅋㅋㅋ)

 

시승해 본 결과 나는 6단이 괜찮을 것 같았다. 항상 평지만 달릴 순 없고, 지형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하지만 6단의 경우 2단보다 1kg 이상 무겁다. 하지만 나는 자전거 경량화 보다는 내 몸 경량화로 (한 시..십키로 정도? ㅋ) 대체할 거기 때문에. 음. 음.....음.

 

컬러의 경우 클래식함을 잔뜩 기대했던 세이지 그린(SG)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샵에서 로우락카(RL) 색을 보고는 더 생각할 나위 없이 그냥 로우락카로 구입해야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너무너무 매력적인 로우락카의 색상, 함께~ 보시죠! ㅋ

 

 

 

 

로우락카의 매력적인 생상과 저 금색의 용접자국을 보면 다른 색에 눈이 가질 않는다. 음화화. 남자의 날을 세워!

 

 

바(Bar)의 경우 위 사진에는 M바가 달려있지만 나는 S바(직선바)와 M바의 중간정도인 개조된 라이져 핸들바로 선택할 예정이다.

나는 머드가드와 짐받이 모두 없애고 깔끔한 구성을 원하는데, 머드가드와 짐받이가 없는 모델에서 M바를 장착할 경우 폴딩시 바가 땅에 닿아서 닳을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 클래식함의 대명사인 M바를 과감히 포기했다.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사용시의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내 논리. S바는 허리를 너무 굽혀야 하는 관계로 라이져 핸들바로 결정. 사진은 추후에 제품 받으면 올릴게용~ㅋ

 

 

 

 

안장은 브룩스 사의 스왈로우 티탄 모델로. 안장은 라이딩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판단, 고가임에도ㅠㅠ 이쁘자너 ㅠㅠ

 

 

 

그립은 브룩스 사의 슬랜더 가죽 그립으로. 돈나가는 소리 들리기 시작.

 

 

 

브레이크 레버는 너무 예뻐서 고를 수 밖에 없는 Paul Canti 레버. 근데 저 쇳조각 하나에 무슨 176,000원인지...;;;; 내돈! ㅠ.ㅠ

 

 

 

독일의 유명한 제품인 손 허브다이나모.

허브다이나모는 바퀴의 구름에 의해 자가발전이 되어 전조등을 밝히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ㅈㄴ 비쌈 ㅠ.ㅠ

 

 

 

허브 다이나모에 사용할 수 있는 에델룩스 헤드라이트. 이것도 더럽게 비쌈 ㅠ.ㅠ 하지만 써 본 사람들은 그 가치를 안다고.

 

 

 

 

브롬톤 전용 라이트 스킨 싯 포스트. 요거 참 이쁜거 같음. 간결하고, LED라 수명도 무지 길고~!

 

 

 

 

MKS FD-7 접이식 페달.

 

 

 

Schwalbe Kojak Folding 32-349 16x1 1/4 타이어.

 

 

 

이외에도 이지휠셋, 툴셋 등 해야 할 것들이 좀 있다. 휴........

진짜 나만의 자전거를 만들 수는 있지만 욕심을 내다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정말.

하지만 어쩌겠는가...ㅠ.ㅠ 이미 강을 건넜다니깐...ㅠ.ㅠ

 

열심히 타면 되지모ㅋㅋㅋㅋㅋ

 

옵션 사항 전부 빼고 기본 자전거만 200만원 초반대의 가격을 형성하는 비싼 자전거인 것은 분명하지만,

어떤...그 행복지수? 라는 것을 돈으로 환산했을때, 내가 꾸준히 라이딩하고 행복감만 느낀다면

나에 대한 괜찮은 투자 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간절히,

이번에는 운동에 재미를 좀 붙였으면 한다.

안그래도 재미 붙일려고 주위 사람들 자전거의 세계로 인도중...ㅋㅋㅋㅋㅋ 으화화

 

다음주에 주문하고 완성될 나의 브롬톤,

얼른 만나고 싶다 :)



* Written by ESK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