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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MPTON

Brompton diary #16. 브롬톤으로 국토종주. 5/8 : 낙차, 그리고 부상.


20130328


국토종주 5일차. 

신기하게도 피곤함보다 오늘은 어떤 길이 기다리고 있을기 기대가 되고 의욕이 솟는 건 왜일까요.

사람의 몸이라는 것은 정말 신기한 것 같아요. 벌써 이렇게 완벽히 적응이 되었다니.


 



언제나 그렇듯,

모텔에서 나와 우콴을 먼저 보내고 인증샷을 :)





아참, 체인에 오일링을 깜빡했네요.

준비해 둔 플루이드 필름 체인오일을 꺼냅니다. 

즐겨 사용하는 오일인데 건식과 습식 중간정도 되는 점도로 습식오일보다는 깨끗하게 체인을 관리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급히 우콴을 불러 세우고 오일링을 시작합니다.





우선 클리닝을 위해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립니다.





크랭크를 돌려가며 오일을 골고루 떨어뜨려줍니다.





오일이 전체적으로 잘 스며 들 수 있게 크랭크를 돌리고





국토종주 5일차라 그런지 흙먼지들이 덕지덕지 붙었네요;;





융으로 오일과 흙먼지들을 열심히 닦아 낸 후, 다시 오일링을 해요.



 


건식 오일이 아니다 보니 링크 하나하나 오일링을 하지 않고 세 마디마다 한 방울씩 떨어뜨려요.

마찬가지로 크랭크를 돌리면서 골고루 오일링을 해 줍니다.





오일링 후 크랭크를 돌리면서 오일이 골고루 스며 들 수 있게 해 줍니다.

사진에 찍히지는 않았지만 오일이 스며 든 후 20분 쯤 기다렸다가 겉으로 보이는 오일을 융으로 깨끗이 닦아주면 되요.

사실 오일링이 필요한 포인트가 체인링크 부분이기 때문에(스프라켓이나 체인링에는 오일이 없어도 됨) 

오일이 스며 든 후에는 깨끗이 닦아내도 전혀 문제가 없어요. 

이렇게 하면 더욱 오랫동안 깨끗하게 구동계를 유지할 수 있죠.





우콴의 오일링을 위해 준비해 둔 디그리셔를 꺼내고





허공에다 한번 슉슉 뿌려봅니다. 기분상 ㅋㅋ





자, 이제 지저분해진 우콴의 스프라켓에 디그리셔를 골고루 뿌려주고





융으로 깨끗이 닦아내요. 엄청 더러운 오염물질이 ㄷ ㄷ ㄷ





크랭크를 돌려가며 융으로 가볍게 쥐고 체인을 깨끗이 닦아내요.

사실 제대로 할려면 2-30분은 돌려가며 닦아내고 스프라켓도 세정티슈로 깨끗하게 닦아내야 하는데

얼른 라이딩을 떠나야 해서 5분 정도 열심히 돌려가며 닦아요. 





오 마이 갓뜨.





오일을 세 마디 마다 한 방울씩 주유하고





크랭크를 돌리며 오일이 골고루 스며들 수 있게 해 주고 마무리로 표면에 보이는 오일을 닦으면 끄읕!





근처에 아주 포스가 있어 보이는 중화요리 집에서 





오늘의 아침을 해결하려 해요.





얼큰한 짬뽕국물과 남자에게 좋다는 부추의 비쥬얼이 군침을 돌게 하네요.





저는 맑은 국물의 백짬뽕을.

매운걸 잘 못먹는 저는 아침에 매운것을 잘못 먹으면 하루 종일 복통에 시달리거든요 ㅠ.ㅠ





자, 오늘은 국토종주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낙동강 종주길을 시작해야 하는데요, 한 가지 선택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요.


지도를 보면 파란색 동그라미 바로 위에 있는 인증센터가 어젯 우리가 인증했던 '이화령인증센터' 입니다. 

파란색 동그라미는 '상주상풍교인증센터' 이구요,

그리고 빨간색 동그라미가 '안동댐인증센터'죠. 이 둘의 거리는 65km에요.


그런데 안동댐 인증센터는 외딴 곳에 떨어져 있고, 

다른 곳과 연결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같은 길을 왕복해야만 하는 문제가 있는것이죠. 

짧은 거리였다면 왕복을 했을텐데 65km를 갔다가 다시 65km를 같은 길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은 

꽤나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을 하다 편도는 버스를 이용하기로 우콴과 결론지었어요.





그래서 안동으로 가는 버스표를 구매하고





점촌 버스터미널을 천천히 둘러봅니다.





혹시나 필요하신 분이 계실까 해서 안동으로 가는 버스 시간표를 올려요 :)





버스를 기다리고





혹시 몰라 기사님께 한 번 더 "안동 가염?" 하고 확인하고





제 브롬이를 버스 짐칸에 실어요.

혹시나 아래 스크래치가 날 수 있으므로 미리 준비해 둔 신문지를 깔아주는 센스.

진짜 저렇게 하면 스크래치 안생겨요.





버스에 무사히 승차.

담소도 다누다가 잠깐 눈도 붙였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안동터미널에 뿅 하고 도착.





안동왔으니 안동찜닭을 먹자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 하고는





곧바로 검색 후 안동찜닭이 있는 구시장으로 향해요.





뒷모습에서도 느낄 수 있는 안동찜닭에 대한 열망.





드디어 안동 구시장 도착!





벌써부터 군침이 뚝 뚝

닭동상이 우리를 반기네요.





캬, 들어서자마자





쭉 이어지는 안동찜닭집들.





맛은 거기서 거기겠거니 생각하고 맨 앞에 있는 가게로!





설레는 마음으로 





메뉴를 고르고, 

'사장님, 안동찜닭 하나하구요, 막걸리 하나 주세요"





주문한 안동찜닭이 나오고





안동 막걸리도 나오고오 히히





아 지금도 군침이...ㅠ.ㅠ


안동에서 먹어서 그런지 기분이 그런건지 서울에서 먹을 때 보다 훨씬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요.

반찬도 그냥 무랑 김치였는데 완전 꿀맛이었다는.

아직도 가끔씩 안동에서 먹었던 찜닭과 고소하고 시원헀던 막걸리가 생각나요.


안동으로 라이딩 가시는 분들 있으시면 꼭 구시장 찜닭은 드시길 :)





너무 맛있는 점심을 먹고 기분좋게 이제 라이딩을 할까 했는데 시간이 벌써 오후 3시!

오 마이 갓.





멀지 않은 곳에





안동댐 인증센터가 있고





인증센터에 도착.





하회탈이 있는 안동댐 인증센터 도장을 콱 찍어주구




근처에 있는 월영교를 찾았어요.





라이딩은 언제?

하지만 우리는 죽어라 하루 종일 라이딩하기 보다는 주변에 경치도 감상하고 가 볼 만 한 곳도 가 보고 사진도 찍고 

이런게 저희가 라이딩을 하는 취지라 할 수 있죠. 음.





아름다운 월영교.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목조다리라네요.





다리를 건너





잠깐 쉬어가기로 하고 (뭘 또 쉬냐구요 ㅋ)





그래도 문화재에 이러는 것은 좀...ㅠ.ㅠ





누각에서 바라본 월영교 반대편 풍경.





이제 본격 라이딩 하기 전에 화장실에 들러 다시 한번 나를 다잡고,





이제 버스로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여정의 시작.

하지만.


하지만 지금 시각은 오후 4시.


오후 4시 반!!!

라이딩 시작도 안했는데 오후 4시 반!!!

 




안동댐 한 번 찍어주고





열심히 라이딩 시작!





낙동강 종주 자전거길!





부지런히 속도를 올려 달립니다.





우콴도 어두워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가기 위해 라이딩에 집중하네요.





다리도 건너고





낙동강을 옆에 두고 달리고





곳곳에 보이는 표지판을 보며 지금 잘 가고 있구나 안심도 하며





아직은 조금 쌀쌀한 날씨에 열심히 열심히 달립니다.





무릎에 무리가 가는 업힐이 나오면 우콴은 미련없이 끌바를 하고





끌바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의지 하나로 저는 꾸역꾸역 이를 악물고 올라가네요.

6단에 54T 체인링을 왜 장착했을까 하는 후회 후회 또 후회를 하며...





오르막의 보상으로 시원한 내리막을 즐기고





정겨운 시골풍경도 감상하며





가끔 화이팅도 외치며 





힘내서 달려요.





정겨운 시골 풍경.

우리나라 국토종주 자전거길의 좋은 점은 이렇게 숨겨진 풍경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설마 저거슨... 





업 힐 ?





사진에선 잘 표현이 안되었지만 분명 급한 오르막이었어요. 





급한 오르막이라 사진도 못찍고 열심히 올라간 후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담고





저 멀리 보이는 반대편 풍경도 담고 





이제





급한(행복한) 내리막!





다시 한 번 화이팅!





같은 장소 아닙니다. 10분 후 풍경임 ㅋㅋ





오후 5:40





해는 슬슬 져 가고





우리의 마음은 조급해지고





비 한 방울 안 맞았는데 점점 걸레가 되어가는 내 브로미...





오후 6:35

해는 급격하게 저물어가고





오후 6:50





셔터스피드도 느려지고 다급한 마음에 우리는 속도를 더 올리고...

그러는 찰나...



쾅!!!



잠시 정신을 잃고, 무슨일인지 알게 되었을 즈음



낙차.



내 브롬톤은 저기 멀리 가 있고 저 역시 엄청난 고통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어요.


어떻게 낙차가 되었느냐면,

다급한 마음에 속도를 올려 32-3km/h로 달리던 중 짧고 살짝 깊은 내리막 우회전 커브를 만났는데,

평소처럼 편안하게 지나가려고 속도를 별로 줄이지 않고 달리는데 길이 어두워 모래가 잔뜩 깔려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미끌어져 낙차하게 된 거에요. 오른팔 팔꿈치로 넘어져 오른팔에 엄청난 통증이...

바지는 찢어지고 오른쪽 무릎에 찰과상 때문인지 엄청 따갑고 ㅠ.ㅠ


하필이면 국토종주 중반부에 이럴게 뭐람.

속도가 많이 붙은 상태에서 낙차를 한 거라 팔이 부러진 것 같기도 하고 탈골이 된 것 같기고 하고

넘어질 당시에는 아드레날린의 분비로 그렇게 크게 아픈걸 느끼진 못했지만

시간이 갈 수록 통증이 어마어마 해지더군요...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는 라이더가 계신다면

모래가 있는 내리막 커브길에서는 차라리 끌바를 하시거나 최소한의 속도로 운행하시기를... 진심으로 조언해요.





안돼에에에!!!!!

그래도 아직은 움직이는 오른팔로 꾸역꾸역 사진을 찍으면서 달리고...





오후 7:14





오후 7:15





오후 9:20 드디어 상주상풍교 인증센터 도착.


해가 완전히 진 7:15 부터 2시간을 야간라이딩을 하고난 후에야 도착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잠깐.


이 2시간 동안의 야간 라이딩은 제가 지금껏 해 왔던 많은 야간 라이딩 중 가장 무서운 코스였어요.

거의 산길에다가 가로등 하나 없는, 즉 전조등이 없다면 아예 아무것도 안보이는 섬뜩한 코스에요.


왠지 금방이라도 하얀 소복을 입은 귀신이 전설의 고향에서처럼 내다리내놔! 하고 쫓아올 것 같은 분위기...

오죽하면 우콴과 제가 너무 무서워서 내리지도 못하고 페달링을 억지로 계속 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해요.

진짜 왠만하면 국토종주시 야간라이딩은 피하는 것이 좋아요.


물론 대도시의 경우에는 야간에도 가로등이 있어서 나름 운치있는 야간라이딩을 즐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너무 위험하고 오싹하기까지 해서 절대로 야간라이딩은 비추해요. 비추.





눈물의 상주 상풍교 인증 도장을 찍고,

오싹한 야간 라이딩 덕분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계속 달려서 체력도, 당도 떨어져 몸살기운까지 느껴지고

너무 배가 고픈데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게다가 다친 팔의 고통은 점점 심해져 이제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였어요.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경험.





검색에 검색을 거쳐 한참을 또 달려 밤 10시 20분이 되어서야 도착한 이름없는 모텔.

처음에 귀곡산장인줄;;;


안그래도 아까 오싹한 라이딩 때문에 ㅂㅇ이 바싹 쪼그라들었는데 이거보고 또 놀람.

그래도 배고픈데 장사 없다고 이런 산 속에 이런 모텔이라도 있어줘서 고맙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늦은 시간이었지만 주인분께 부탁부탁하여 겨우 얻었던 소중한 저녁밥.

정말이지 미친듯이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고맙습니다!





* Written, Photograghed by ESKEY

Sony Cybershot DSC RX1